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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교는 순교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창립 325주년 감사미사 강론)
   2021/03/24  11:10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창립 325주년 감사미사

 

2021. 03. 21. 사순 제5주일

 

먼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창립 325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325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세월 동안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이 시대에 하느님의 뜻과 창설자의 정신을 더욱 잘 실천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기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보성인이신 사도 바오로께서도 우리들을 도와주시길 전구해야 하겠습니다.

 

2013년 7월 22일에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한국진출 125주년을 맞이하여 성 김대건기념관에서 서울관구와 대구관구 합동으로 기념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수녀회 창립 325주년을 맞이하여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그냥 기념하고 감사만 드리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수녀회 창설 당시의 정신과 삶을 기억하고, 그것에 비추어 오늘의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고 쇄신하여, 오늘날 이 시대의 요청과 하느님의 부르심에 담대하게 응답하는 우리들이 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1696년 프랑스 샬트르 교구의 시골마을 러베빌 본당신부로 부임하신 루이 쇼베(Louis Chauvet) 신부님을 통하여 한 작은 공동체로 출발하였습니다. 교육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여자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사명으로 시작한 이 공동체는1708년에 샬트르로 이전하면서 바오로 사도를 주보로 정하며 선교와 봉사의 수도회로 성장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2004년 초에 제가 파리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기회가 있어서 파리에 온 김에 샬트르와 리지외를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샬트르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성당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은 133년 전으로서 1888년 7월 22일에 조선대목구 제7대 교구장이신 블랑 주교님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많은 수녀회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들어온 수녀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1915년에는 대구대목구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님의 초청으로 우리 교구에도 정식 수녀원이 처음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 진출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계산성당의 본당학교 아이들을 가르쳤고, 수녀원 안에서는 백백합보육원과 성요셉무료진료소 등을 운영하여 아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에 정성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재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4천 3백여 분의 수녀님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며 봉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구관구에서는 특별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몽골, 카자흐스탄, 페루, 아이티 등 세계의 여러 어려운 나라에 파견되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정신이 없으면 해외선교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그들과 똑 같이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하고 있는 그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하느님의 은총이 그들과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께서 지난 주일 새벽에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이 대주교님께서는 일찍부터 해외 선교와 북방 선교에 관심을 가지시고 실행하셨던 분이십니다. 러시아 사할린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그리고 볼리비아의 산타크로즈에 선교사제를 파견하셨습니다. 그리고 특히 장차 북방선교를 위해 중국의 여러 곳에 사제를 파견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교구장이 된 후로는 중아공 방기대교구와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대교구와 벨포르 교구, 그리고 대만의 다이쭝 교구와, 일본의 나가사키 대교구와 후쿠오카 교구 에 사제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마침 후쿠오카 교구에 파견된 정원철 부제가 어제 사제서품을 받았고 나가사키 대교구에 파견된 남시진 부제가 오늘 오후에 사제서품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중아공 선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올해로 마감을 하기로 하였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성당에 들어가면 유명한 그림 하나가 걸려있습니다. 그 그림은 한 200년 전에 조선이라는 나라로 떠나는 선교사들의 파견 예식의 한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그 그림 속에는 어떤 사람이 오르간을 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유명한 ‘아베 마리아’의 작곡가 ‘구노’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으로 떠났던 그 신부님들이 순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구노 선생님이 작곡하였다는 노래가 가톨릭성가 284장 ‘무궁무진세에’라는 노래라고 합니다.

올해가 성 김대건 안드레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만, ‘선교는 순교다.’라는 생각을 요즘 더욱 갖게 됩니다. 옛날에는 더욱 그러했겠지만 오늘날에도 선교는 순교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요한 12,20-33)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24)

우리에 앞서서 많은 순교자들과 많은 증거자들이 하나의 밀알이 되어 죽었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 사회복지회 후원단체 중에 가장 큰 단체가 ‘밀알회’라는 단체입니다. 이것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형님인 김동한 신부님께서 대구결핵요양원 원장을 하실 때 만든 단체로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하여튼 오늘날 우리들이 이 시대, 이 땅에 살면서 한 알의 밀알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하고 그 의미와 뜻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관홍 신부님이 우리 교구 이주사목 일을 하고 계십니다만, 2주 전에 있었던 한국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이 시대의 가난한 자’로 ‘이주노동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함께 금호강과 달성습지를 현장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시대 이 땅에, 즉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현재 맡고 있는 일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형제애를 가지고 정성을 다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창립 325주년을 축하드리며 우리 수녀회가 하느님 나라 건설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은총을 빌어 주시도록 사도 바오로의 전구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