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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대구 가르멜 여자수도원 종신서원미사 강론)
   2021/11/22  13:12

대구 가르멜 여자수도원 종신서원미사

 

2021. 11. 20.

 

오랜만에 대구 가르멜 여자수도원에서 종신서원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먼저 오늘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종신서원을 하시는 ‘성심의 데레사 베로니카 수녀님’께 미리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오늘 수녀님께서 서원하신 대로 잘 사시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드리고, 특히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의 전구를 빌어야 하겠습니다.

 

성심의 데레사 베로니카 수녀님께서 지난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종신서원을 준비하는 자신의 심정과 다짐을 적은 편지를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교 시노드 여정의 시작으로 각 지역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듯 저도 종신서원을 통해 교회의 딸로 살아가는 소명을 새롭게 다지는 시작의 시간입니다. 저의 느린 걸음을 공동체 가족들이 인내로이 기다려 주시며 함께 걸어 주셨듯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가르멜 수도자의 여정을 영원히 함께 걷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수녀님은 교회 공동체와 수도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고 주님 안에서 모두를 사랑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던 것입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베로니카 수녀님께서 종신서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잘 준비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강론 후에 수녀님에게 이런 질문을 할 것입니다.

“이미 세례성사로 죄에서는 죽고 주님께 봉헌된 자매는 종신서원의 끈으로 하느님께 더욱 완전히 봉헌되기를 원합니까?”

그러면 수녀님은 “예, 원합니다.”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또 이런 질문을 할 것입니다.

“자매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선택하셨던 완전한 정결과 순명과 청빈의 삶을 받아들이고 종신토록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합니까?”

그러면 수녀님은 다시 “예, 원합니다.”하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이 질문과 대답 속에 종신서약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수녀님들이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을 위하여 종신토록 자신을 봉헌하는 삶을 산다고 하여 수도생활을 ‘봉헌생활’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2년 전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봉헌생활’이란 용어를 ‘축성생활’이라는 말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라틴어 ‘Vita consecrata’ 라는 말을 지금까지 ‘봉헌생활’이란 말로 번역하여 사용하여 왔는데, 전국남녀수도장상연합회에서 이 말의 정확한 번역이 ‘봉헌생활’보다는 ‘축성생활’로 해야 맞는다고 하면서 용어를 변경하여 줄 것을 주교회의에 건의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교회의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논의를 한 결과, ‘봉헌생활’이란 말을 ‘축성생활’이란 용어로 변경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축성(祝聖)’, 즉 ‘Consecratio’는 사람이나 물건을 하느님의 일에 쓰기위해 성별(聖別)하여 거룩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수도생활을 축성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업에 쓰시기 위해서 어떤 사람을 세상 사람들 속에서 뽑아 거룩하게 하시는 데에 더 강점을 두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주도권을 인간의 의지보다는 하느님께 두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부르셨고 우리는 거기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복음 15,16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그렇게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축성된 사람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거룩하게 하심에 감사드리며 사랑의 응답으로써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축성생활을 하는 수녀님들은 자신이 서원하신 대로 완전한 정결과 순명과 청빈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결과 순명과 청빈의 삶은 인간 본성의 성향과는 다른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수도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끊임없는 기도와 의탁과 봉헌이 이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하고 성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서품식이나 종신서원식에서 당사자는 부복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며 하느님과 모든 성인들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오늘 복음(마태 12,46-50)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고 하셨습니다. 종신서원하시는 우리 수녀님께서 잘 살 수 있도록 우리들이 끊임없이 기도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3년 전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라는 교황권고를 발표하셨습니다. 그것은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 권고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러저러한 평범한 존재로 안주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1항) “저의 소박한 바람은 많은 위험과 도전과 기회를 안고 있는 우리 시대에 맞갖게 실천적 방식으로 성덕의 소명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뽑으시어 ‘사랑으로’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기’(에페 1,4) 때문입니다.”(2항)

그러면서 교황님께서는 이 권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3장에서 마태오복음 제5장에 나오는 여덟 가지의 ‘참된 행복’에 대하여 설명하시면서 각 행복선언마다 새롭게 성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이 곧 성덕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할 줄 아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곧 성덕입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사랑을 더럽히는 온갖 것들에서 마음을 지키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 주변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줄지라도 날마다 복음의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참된 행복’을 사는 것이 곧 ‘성덕’이라는 것입니다. ‘참된 행복’을 포함한 산상수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애송되는 구절이지만 실천적인 면에서는 소외를 당해왔던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이나 산상수훈의 말씀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말씀이고, 특별히 수도자들이 살아야 할 말씀이며 걸어야 할 길인 것입니다.

종신토록 그렇게 살고 종신토록 그렇게 걸어가겠다는 성심의 데레사 베로니카 수녀님의 이 서원에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서원하시는 수녀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드려야 할 것입니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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