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로와 치유의 성모솔숲이 되기를! (성모솔숲마을 축복미사 강론) |
2022/05/10 10:2 |
성모솔숲마을 축복미사
2022. 05. 07.
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 5월 성모성월 첫 토요일에 ‘성모솔숲마을’ 축복식을 갖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감사드릴 일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수년 전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마련한 ‘주교현장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의 하나로써 청주에 있는 ‘성모꽃마을’을 몇 분의 주교님들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의 목욕을 시켜드리고, 점심 때는 어느 환자의 식사를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방마다 다니면서 기도를 해드렸는데, 몇몇 사람들이 “저는 대구 어디에서 왔습니다.” “저는 어느 성당에서 왔습니다. 우리 교구에도 이런 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겁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상식이고 정상인데, 병원에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곳도 필요하겠구나 하고 그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걸 누가 하지? 그리고 건물이 필요하고 땅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돈을 누가 대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박상호 사도요한 신부님께서 이걸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박 신부님이 2014년 3월에 부지를 매입하고, 2015년 6월에 성당과 식당, 카페, 사무실을 짓기 시작하여 그 다음해 11월에 완공을 하고 2017년 3월에 장신호 총대리 주교님께서 오셔서 성당 축복식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신자들의 도움과 후원을 받아 피정의 집과 치유의 집, 그리고 수녀원을 지어 오늘 이 모든 건물과 이 터를 축복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축복미사를 드리면서 하느님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박상호 신부님을 도와서 큰 희사를 해주신 서홍우 요한 형제님과 한재권 안셀모 형제님, 그리고 베다 형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박상호 신부님께서 부모님으로부터 유산으로 받은 재산을 다 털어 지난 8년 동안 이 마을을 완공해 놓고서, 이곳에 계속 살아도 될 텐데, 물러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 교구 사제 인사 때 이곳 원장으로 문봉한 야고보 신부님을 추천하고는 당신은 ‘각북성당’이라는 작은 본당으로 떠났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들이, 특히 성직자가 본받아야 할 복음정신이고 청빈정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는 오늘 5월 성모성월 첫 토요일로서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합니다.
서울 광화문 앞에 커다란 동상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세종대왕 상이고 또 하나는 이순신장군 상입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분들이 신(神)이라서 동상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만들어 놓았을까요?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도 그분들을 본받아 민족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자 하는 데 뜻이 있을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모님은 우리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처녀가 아이를 가지다니! 그 당시에는 돌에 맞아 죽어야 할 만큼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이 그런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아는 사람으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일이고 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하느님의 뜻이고 명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처럼 성모님께서는 절대적인 신뢰와 순종으로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셨습니다. 그분은 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낳으심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완전히 동참하셨고, 인류 구원의 협조자로서 우리를 그리스도께 다가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인다면 그분을 낳으신 어머니도 마땅히 공경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당신의 어머니와 제자 사이에 모자(母子) 관계를 맺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마리아의 자녀가 되고 마리아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모님을 하느님과 같은 존재로 공경하고 흠숭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방식이 분명히 다릅니다. 하느님께 기도할 때는 무엇을 해 달라고 직접 청하지만, 성모님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전구 해달라고 청합니다. 그러므로 마리아께 기도할 때는 언제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고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은혜를 하느님께 청하여 주시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부활절에 “무기를 내려놓고 휴전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일 중에 전쟁보다 어리석고 야만적인 짓을 없을 것입니다.
5월 13일은 포르투갈의 파타마라는 작은 마을에 성모님이 발현하신 날입니다.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여섯 차례 세 아이들한테 발현하셨는데, 메시지가 무엇입니까? 죄인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보속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 하셨던 것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인 그 당시 러시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었고,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라는 공산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아 가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소련’이라는 소비에트 연방이 탄생하였던 것입니다. 그 소련이 무너진 지 30년이 지났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그 소련을 다시 재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파티마 성모님의 마지막 발현일이 10월 13일인데 성모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묵주기도의 모후’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세계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라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지난 5월 1일 성모성월 첫날을 맞이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도와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솔숲마을’의 주보성인은 우리 교구와 마찬가지로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입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품 안에서 성모님의 보호 아래 쉬면서 삶의 생기를 되찾고 치유의 은혜를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성모솔숲마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봉사와 후원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와 우리나라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