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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 성인 되십시오. (모든 성인 대축일 미사 강론)
   2022/11/02  11:42

모든 성인 대축일

 

2022. 11. 1.(화) 성직자묘지

 

오늘은 11월 1일 ‘위령성월’의 첫 날이며 ‘모든 성인 대축일’ 미사를 교구 성직자묘지에서 봉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 동안은 교구 사제총회와 선종하신 사제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범어대성당에서 신부님들만 참석한 가운데 가졌었습니다. 코로나 사정이 좀 나아졌기 때문에 3년 만에 이곳 성직자묘지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두 분 신부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가셨습니다. 구본식 안드레아 신부님과 유승열 바르톨로메오 신부님이십니다. 작년에는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을 포함하여 다섯 분이 하느님 나라에 가셨는데, 선종하신 모든 사제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이 미사 중에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아시겠습니다만, 지난 토요일 밤에 서울 이태원에서 큰 압사사고가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2명이라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사상자 대부분이 20대 젊은이들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1세기에, 그것도 우리나라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습니다.

하여튼 이번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상당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정부 당국과 모든 국민들은 안전과 생명에 대한 좀 더 철저한 인식을 가지고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서울 이태원에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가 하면, 핼러윈 축제에 참가하거나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핼러윈’이 무엇입니까?

핼러윈은 원래 고대 켈트족의 풍습으로서, 새해와 겨울을 맞는 축제였는데, 서양이 그리스도교화가 되면서 ‘모든 성인 대축일’에 접목이 된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순절이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전날인 화요일에 카니발 축제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래서 핼러윈은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 전날인 10월 31일 저녁에 열립니다. ‘Halloween’이란 영어 단어를 풀어서 말하면 ‘All Hallow Even’이 됩니다. 즉, ‘모든 성인들의 전야(저녁)’가 되는 것입니다.

이 축제는 주로 영국과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열리는데, 집집마다 호박 안을 파고 안에 불을 넣어서 현관이나 창가에 놓아 귀신들이 자기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고깔을 쓰고 동네 이웃집들을 돌아다니며 사탕이나 음식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이런 가정적인 풍습이었는데, 오늘날 사람들의 상술과 물질주의가 결합하여 변질이 되어갔고,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 들어와서는 정체 모를 축제가 되고 만 것입니다. 이 축제가 모든 성인의 날과 위령의 날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를 청합니다.

오늘 11월 ‘위령성월’ 첫날에 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성인’이라 함은 교회가 공식적으로 성인이라고 선포한 분들만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계시는 모든 성인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 뜻대로 잘 살아서 이미 천국에 가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모두 성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그분들을 따라 열심히 잘 살아서 장차 성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요한묵시록 7,2-4.9-14)에 “나는 인장을 받은 이들의 수가 십사만 사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4) 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 나오는 ‘십사만 사천 명’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서 만 이천 명씩 선발한 사람들의 총원입니다. 유사종교인 신천지에서는 구원받을 자신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합니다만, 여기서 십사만 사천은 천국에 있는 하느님 백성의 충만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인 것입니다. 이단들은 이렇게 성경에 나오는 어떤 숫자나 단어를 가지고 풀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것을 유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이 지상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돈 잘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들을 잘 먹어서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하느님 말씀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모두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성인 되십시오!

오늘 복음(마태 5,1-12)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은 우리들에게 성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8년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 권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러저러한 평범한 존재로 안주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1항) “저의 소박한 바람은 많은 위험과 도전과 기회를 안고 있는 우리 시대에 맞갖게 실천적 방식으로 성덕의 소명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뽑으시어 ‘사랑으로’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기’(에페 1,4) 때문입니다.”(2항)

그러면서 교황님께서는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3장에서 마태오복음 제5장에 나오는 여덟 가지의 ‘참된 행복’에 대하여 설명하시면서 각 행복선언마다 새롭게 성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이 곧 성덕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할 줄 아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곧 성덕입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사랑을 더럽히는 온갖 것들에서 마음을 지키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 주변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줄지라도 날마다 복음의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참된 행복’을 사는 것이 곧 ‘성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참된 행복’은 시대의 흐름에 거슬러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참된 행복’을 포함한 산상수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애송되는 구절이지만 실천적인 면에서는 소외를 당해왔던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실천적인 면에서 외면당했던 그 참된 행복을 시대를 거슬러 실천했던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제서품식이나 수도자 종신서원식에서 우리는 ‘성인호칭기도’를 바칩니다. 그 이유는 성인들로 하여금 지금 서품을 받거나 종신서약하는 이 사람들을 지켜주시고 이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주실 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사람들도 성인들을 뒤따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전구기도인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에 이곳 교구 성직자묘지에서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미 세상을 떠나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이 천국에 계신 모든 성인들과 한 자리에 함께 계시기를 기원하고, 우리들도 장차 그분들의 뒤를 따를 수 있는 은혜를 주시도록 기도하며 모든 성인들의 전구를 빌어야 하겠습니다.

 

“루르드의 동정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