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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유에 누우신 예수님 (주님성탄대축일 밤 미사 강론)
   2022/12/26  12:31

주님성탄대축일 밤 미사

 

2022. 12. 24. 계산주교좌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탄생하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북한과 함께 온 세계가 아기 예수님의 은총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특히 가난과 질병과 전쟁, 그리고 여러 사고와 재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 내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사실 지난 한 해가 참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의 감염은 계속되고 있고, 지난 3월에는 울진 삼척에 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고, 지난 9월에는 ‘힘남노’라는 태풍과 홍수로 인해 포항에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이 추위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

‘영끌’, ‘주담대’라는 말 아세요?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우다’는 말이고,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여서 말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돈을 마련하여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메스컴에 하도 자주 나오니까 저도 알게 된 신조어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나의 열풍처럼 영끌 했던 사람, 주담대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엄청 손해를 보고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노와 사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로 싸우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국민들은 지쳐갑니다.

그리고 약 두 달 전에는 ‘이태원 참사’라는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한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 차이가 왜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전국 교수들이 투표를 해서 선택한 사자성어가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못 되었으면 고쳐야지요.

그래도 세월은 흘러갑니다. 일주일 후면 새해가 밝아옵니다. 내년에는 기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한 살, 혹은 두 살까지 적어진답니다. 나이가 적어져서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새해에는 고칠 것 고치고, 바로 잡을 것 바로 잡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화해할 것은 화해하여 모든 분들이 행복한 성탄,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묵은 이념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이 여전합니다. 거기에다가 젠더갈등, 즉 남녀의 성별 갈등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고부갈등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말입니다. 농담으로, ‘하와는 시어머니가 없어서 행복했고, 성모님은 며느리가 없어서 행복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우리 인간 세상에는 이런 갈등이 많을까요?

2000년 전 이스라엘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도 헤로데 왕의 폭정이 있었고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백성들은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벤허’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벤허라는 사람을 통하여 예수님의 생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우연찮은 일로 오해를 받고 벤허는 체포되어 노예가 되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토굴에 갇히어 나환자가 됩니다.

이런 기막힌 세상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것입니다. 그것도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세상에 오셨지만 누울 자리가 없어 구유에 누우십니다.

오늘 미사를 시작하면서 구유 경배를 하였는데, ‘구유’가 무엇입니까? 가축들의 여물통입니다. 거기에 누워계시는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렸던 것입니다. 구유에 누워계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장차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실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1-14)을 보면, 요셉 성인이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5)고 합니다.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되지요? 그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돌에 맞아 죽습니다. 마리아가 그것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요셉 성인께서 그런 마리아를 자기 아내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그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 같으면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성모님도 대단하지만, 요셉 성인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 하느님 자신입니다. 그런 분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엄청난 자기 낮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 사목계획에 따라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로 살았고, 앞으로 2년간은 ‘친교로 하나 되어’라는 주제로 살아갈 것입니다. 한 마디로 ‘친교의 해’를 산다는 것입니다.

친교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양보하고 낮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들과 하나를 이루고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친교를 가르쳐 주시는 구원의 선물인 것입니다. 이 엄청난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온 나라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