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 (교구 제1주보 축일 미사 강론)
   2023/02/14  9:47

교구 주보축일 및 제1대리구장 취임, 선교사제 파견 미사

 

2023 02 11. 주교좌 계산성당

 

오늘은 우리 교구의 주보이시기도 하고, 주교좌계산성당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우리 교구를 지금까지 보호해 주신 루르드의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 모두가 더욱 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한 몫을 다하는 충실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31차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성모님께서 1858년 프랑스 루르드에 발현하신 첫날인 2월 11일 오늘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모든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기도하고, 더불어 병자들을 간호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을 위하여 기도하여야 하겠습니다.

지난 2월 6일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아직 찾지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 피해자 분들을 위하여 한국교회 차원에서 2차 헌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남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구조되어 구출될 수 있기를 기도드리며 성모님의 보호하심을 청합니다.

오늘 교구 주보축일에 이런 슬픈 소식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만, 우리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늘 가져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세계 병자의 날’ 담화에서 루카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새롭게 읽어보도록 권고하시면서 ‘연민은 치유의 시노달리타스 실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의 마지막 말씀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입니다. 이 말씀은 2011년 우리 교구 100주년 기념 성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구청 정문 한 쪽에 이 말씀을 돌에 새겨 놓았습니다. 사실 돌에만 새겨 놓을 것이 아니라 이 말씀처럼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통상 교구 주보축일에 저는 성모당에서 미사를 드렸었는데, 오늘 특별히 주교좌계산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지난 1월에 있었던 교구 사제인사를 통하여 장병배 베드로 신부님께서 1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임명되어 오늘 취임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3년 전에 3대리구장 이경수 신부님의 취임을 바로 앞두고 대구에 코로나19가 번창하는 바람에 취임미사를 드리지 못했었고, 2년 전 5대리구장 김준우 신부님 취임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3년 만에 대리구장 취임미사를 봉헌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1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취임하시는 장병배 신부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미사 끝에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통하여 남미로 선교를 떠나는 구승모 바오로 신부님의 파견식이 있을 것입니다. 구승모 신부님께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선교지에서 하느님의 뜻을 잘 펼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03년 2월부터 대리구 제도를 시행하여 왔습니다. 이것은 날로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교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복잡다단한 선교현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지역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올해로 꼭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대리구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적절하게 보완해 가면서 지역 복음화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리구의 교구장 대리 신부님은 대리구 내 사제들과 본당에 대하여 교구장을 대리하여 통상적인 사목권과 감독권을 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대리구 교구장 대리 신부님들이 교구장을 대신하여 본당을 사목방문하고 사무감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구장 대리 신부님은 그런 통상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 먼저 대리구 신부님들과 친교를 이루고 인격적인 신뢰관계를 돈독히 형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선 본당의 사목적인 요구와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교구나 주교와의 중재역할을 하며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마지막 날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3년 전에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다 보셨을 것입니다. 그 영화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두 교황께서 성향이나 관점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교회와 세상을 걱정하며 소통과 친교를 나누는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영화에서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 ‘지도자의 자격은 지도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세상이나 교회나 지도자가 필요하고 지도자가 있어야 합니다. 사실 사회에서는 서로 지도자가 되려고, 리더가 되려고 난리입니다. 어떤 사람은 욕을 얻어먹으면서, 그리고 돈까지 써가면서 자기를 뽑아달라고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의미에서 지도자로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도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안다면 함부로 하겠다고 나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도자는 말과 행동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모든 것을 백성들과 함께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백성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백성들에게 봉사하고 섬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2,1-11)에서 성모님께서는 일꾼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5)

우리는 예수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간 우리 교구 신부님들 330여 명이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 캠퍼스에서 ‘경청과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연수를 하였습니다. 강사 신부님(김인호 루카)의 세 번째 강의의 마지막에 ‘리더십’과 함께 ‘팔로워십(Followership)’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팔로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사람이 예수님의 팔로워인 것입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진정한 팔로워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