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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믿음 위에 새 성전을 (석전성당 봉헌미사 강론)
   2023/09/12  10:40

석전성당 봉헌미사

 

2023. 09. 09.

 

석전본당은 왜관감목대리구 시절인 1979년 5월 21일자로 왜관본당에서 분가되어 설립되었습니다. 초대 주임으로 민공도 알로이시오 신부님께서 부임하셨고 그해 11월 11일에 성전 봉헌식을 가졌습니다.

그로부터 44년 만에 새 성전을 지어 이렇게 봉헌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지난 44년 동안 본당을 설립하고 사목을 하셨던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과 아빠스님과 여러 신부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주일 가톨릭신문에 석전본당 새 성전 봉헌에 대한 기사가 났었습니다. 성전 건립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전 신자가 합심하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기금 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류지현 디도 주임 신부님과 신자 분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57개 성당을 다니며 모금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성을 하느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갚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구약성경의 느헤미야서 8장 말씀을 봉독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 유배에서 해방되어 고국으로 돌아와 무너졌던 성전을 다시 지어 봉헌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에즈라 사제가 새로 지은 성전의 단상에 올라서서 율법서를 읽고 설명을 해주는데, 그것을 듣던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느헤 8,9)

수십 년 동안 남의 나라 땅에서 성전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제 자기 나라 땅 예루살렘에 돌아와 성전을 다시 짓고 그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게 되니까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습니까? 그래서 많은 백성들이 감격에 겨워 울고 있었는데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그들을 달래고 있는 것입니다.

에즈라 사제가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오늘은 우리 주님께 거룩한 날이니,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는 그의 몫을 보내 주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느헤 8,10)

에즈라 사제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사람이 너무 기쁘면 울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서 울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늘은 거룩한 날이니 기쁨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은 베드로 사도의 신앙고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이르자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사람들의 소문에 의하면 이러 이러합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사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영접하고 따르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두 번째 질문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를 칭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이 신앙고백이 교회를 받치고 있는 반석이 되었듯이 우리들도 이 세상에 믿음의 반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믿음과 사랑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9월 9일인데, 북한 정권 수립일입니다. 지난 밤 자정에 또 열병식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것을 말씀드리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무엇보다도 조선교구(조선대목구) 설립일입니다. 1831년 9월 9일자로 당시 그레고리오 16세 교황님께서 조선교구를 북경교구에서 독립시켜 설립하신 것입니다. 초대 교구장으로 태국에서 사목하시던 파리외방전교회의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임명하셨는데, 주교님께서는 그 먼 여행길과 입국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과로와 병으로 중국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하시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수많은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복음을 선포하여 오늘의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가 수많은 선교사들과 순교자들이 흘렸던 피와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교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1코린 3,17)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영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1코린 3,16)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우리 인간이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우리가 우리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엄청난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옛 성전은 없어졌고 우리의 믿음 위에 새 성전을 지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인 것입니다. 보이는 이 성전과 보이지 않는 우리 안에 있는 성전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석전본당의 새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석전본당의 주보이신 요셉 성인께서 우리를 위해 열심히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