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모님의 영성을 본받아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종신서원미사 강론) |
2023/09/18 10:47 |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종신서원미사
2023. 09. 15.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먼저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정미선 라파엘라 수녀님께 미리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오랜만에 이 수녀원에서 종신서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성소가 귀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수도자의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잘 없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오늘날 젊은이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고, 또한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세속주의가 물들어서 수도자와 같은 공동생활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세상 종말까지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교회가 존재하는 한 성직자와 수도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소 증진과 성소 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특히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종신서원을 서약하는 정미선 라파엘라 수녀님께서 자신이 한 서약을 종신토록 잘 지키며 기쁘고 거룩하게 수도생활을 잘하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도자의 삶은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봉헌된 삶입니다. 제가 조금 후에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수녀님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아 정결과 청빈과 순명을 지키며 교회와 가난한 이웃, 특히 노약자들을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기를 원합니까?”
하느님께 봉헌된 삶이란 일생동안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 세상을 떠나, 자기 집안과 부모 형제 친척을 떠나 이곳에 들어온 것입니다.
“교회와 가난한 이웃, 특히 노약자들을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기를 원합니까?”하는 질문의 내용이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의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정식 회원으로서 이 특별한 소명을 잘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주보 축일인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모님은 엘리사벳이 말한 대로 ‘여인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지만 다른 한편 ‘여인 중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으신 여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 잉태되신 그 순간부터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때까지 참으로 인간적으로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을 당신 몸 안에 다 받으시고 다 안으신 분이 바로 성모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속죄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짊어지시고 못 박히시고 돌아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바로 다음 날에 교회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을 지내게 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온전히 함께하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원교구 영성교육원에서 주교 영성 모임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일정 중에 영성교육원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은이성지’에 갔었는데,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 김대건 기념관’을 한옥으로 지었고, 특히 김대건 신부님께서 사제서품을 받았던, 중국 상해의 철거된 ‘김가항 성당’의 기둥 몇 개와 보를 가져와 성당을 복원해 놓았습니다.
영화 ‘탄생’을 보셨습니까? 거기 보면 소년 김대건이 파리외방선교회의 모방 신부님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학생을 선발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 ‘은이공소’입니다. 영화를 보면 김대건 신부님께서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돌아와 은이공소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어머니가 나오지요. 두 사람이 별말을 나누지는 않지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김대건 신부님은 은이공소를 떠납니다. 왜냐하면 중국에 남아있는 선교사들을 모셔 오기 위한 뱃길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황해도 앞바다 순위도에 나갔다가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결국 서울 한강 변 새남터에서 1846년 9월 16일에 순교하셨습니다. 바로 내일이 순교일이네요. 그리고 바로 내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허락하셔서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석상이 세워집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서한을 보면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이셨던 페레올 주교님과 동료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글이 나옵니다. 그래서 페레올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은 김대건 신부님의 부탁대로 돌보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미리내 성지에 가면 성 김대건 안드레아 경당 앞에 두 분의 무덤이 있습니다. 페레올 주교님과, 김 신부님의 모친 고 우술라의 묘입니다.
제가 성 김대건 신부님과 모친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9,25-27)을 보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십자가 밑에 서 계신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는 제자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먼저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부터 그 제자는 성모님을 자기 집에 모셨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 인하여 성모님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이런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한국 성모 자애 수녀회의 수녀님들은 복되신 성모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처럼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에게 위로와 기쁨과 희망을 주는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동정 성모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당신은 주님의 십자가 아래서,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셨나이다.”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수녀님과 우리 모두도 성모님처럼 살아서 장차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살며, 그런 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