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행복하다 (세나뚜스 승격 20주년 감사미사 강론) |
2023/11/28 17:29 |
세나뚜스 승격 20주년 감사미사
2023. 11. 18. 성 김대건 기념관
2년 전 9월에 ‘레지오 마리애 창설 100주년 기념 미사’를 성모당에서 드렸었는데, 오늘은 ‘세나뚜스 승격 20주년 감사미사’를 이곳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드리고 있습니다. 올해 세나뚜스 승격 20주년을 맞이하여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소속의 모든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에게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 사도직이 처음 전래된 것은 아시다시피 1953년 5월 31일 목포 산정동 성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에는 1957년 1월 13일에 왜관성당에서 처음으로 레지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레지오가 쁘레시디움에서 꾸리아가 되고, 꾸리아들이 모여서 꼬미시움이 되고, 다시 꼬미시움들이 모여서 레지아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대구 ‘의덕의 거울’ 레지아가 드디어 20년 전에 ‘국가평의회’라고 할 수 있는 ‘세나뚜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제가 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으로서 레지오 마리애 담당신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의덕의 거울 레지아가 세나뚜스로 승격되었던 2003년은 우리나라에 레지오 도입 5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그해 5월에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50주년 기념 전국 신앙대회’가 개최되었는데, 저와 우리 교구의 많은 단원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그 대회에 참석했던 아일랜드의 꼰칠리움 간부들이 대회가 끝난 뒤에 우리 교구를 방문하였고, 당시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면담하여 세나뚜스 승격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래서 그해 12월에 의덕의 거울 레지아가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4년 5월 23일에 바로 이곳에서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 주례로 세나뚜스 승격 기념 경축대회를 개최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 사도직이 도입된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에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최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불을 붙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레지오 단원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었고, 그분들이 펼치는 기도와 봉사와 선교는 수많은 열매를 맺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그리고 열심히 활동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단원분들에게도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2007년에 제가 보좌주교로 서품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양에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운동장에서 대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 운동장에 수만 명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만 해도 단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얼마나 풍성하였는지요!
그런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세상도 변하고 신앙심도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하여 레지오 마리애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다시 회복하자고 노력하는데도 회복력이 더디고,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심과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1,27-28)을 보면,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의 이 말씀이 성모님께는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카복음 2, 41-52을 보면 요셉 성인과 성모님께서, 예수님께서 열두 살 때의 일인데, 파스카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수님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사흘 동안이나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성전에서 율법학자들과 토론하고 있는 예수님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 예수님께 “얘야,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하였더니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예수님의 이 말씀에 얼마나 섭섭했겠습니까? 루카복음사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0-51)
이렇게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이나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에 간직하면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그 뜻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본 제3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 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도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 성모님의 이 같은 사랑과 믿음에 감화된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은 결코 하지 않는다.”
오늘날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인간중심주의라는 이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성모님의 군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모님의 이 같은 사랑과 믿음에 감화된 레지오 단원으로서 어떤 일이든지 모두 해보려고 하고 할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불평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우리 교구는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말씀과 친교로 하나가 되어 우리 본연의 능력을 이 세상에 발휘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잘 이끌어 주시고 성모님께서 잘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