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을 기리며 (신나무골 성지 후원회원의 날 미사 강론) |
2023/12/04 15:18 |
신나무골 성지 후원회원의 날 미사
2023. 12. 02. 연중 34주간 토요일
신나무골 성지 후원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강복이 있기를 빕니다. 여러분들의 후원과 기도가 있기 때문에 오늘이 이 성지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곳 신나무골 성지는 1860년 경신박해 때 순교하신 이선이 엘리사벳이 묻혀계신 곳입니다. 그리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께서 박해 시절에 조선에 선교사로 오셔서 전국을 다니시며 사목하시다가 1885년 말경 이곳에 사제관을 두고 정착하심으로써 시작된 대구대교구의 첫 본당 터이며 경상도의 첫 본당 터라 할 수 있습니다.
로베르 신부님께서는 경상도에서 가장 큰 도읍지인 대구에 들어가서 교회를 세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1887년에 이곳은 보두네 신부님께 맡기고 새방골로 가셨다가 1891년에 대구로 입성하셨습니다.
로베르 신부님께서 대구에 가셔서 제대로 된 성당을 지은 것이 1898년에 봉헌한 십자형의 한옥성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옆에는 ‘해성재’라는 이층 한옥 집을 지었습니다.
‘해성재’는 지금으로 치면 본당 교육관이라 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 교육이 실시되었던 것입니다. 이 해성재가 효성초등학교의 효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달 17일에 효성초등학교 개교 125주년 기념미사를 학교 강당에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대구의 그 한옥성당이 안타깝게도 한 2년 6개월 후에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2015년 1월에 신동본당 주임 겸 신나무골 성지 담당으로 부임하신 서준홍 신부님께서 저한테 제안한 것이 화재로 소실된 원래의 그 한옥 성당을 이곳에 복원하자는 것이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오늘의 이 성당 모습이 된 것입니다.
작년 연말에 성탄대축일을 지내자마자 대구대교구 재유럽 사제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제가 프랑스를 방문하였습니다.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의 고향인 스트라스부르 대교구와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인 벨포흐 교구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로베르 신부님이 세례를 받았고 다녔던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고 마을 회관에서 다과회를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미사에는 로베르 신부님의 형제들의 후손들도 참석하였는데 최근에 어떤 젊은 사람이 돌아가셨다며 기도해달라고 하여 마을 묘지에 가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나니까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 흙이라고 하며 봉지에 흙을 담아 저에게 주면서 로베르 신부님의 동상 앞에 뿌려달라고 하여 저는 귀국하여 계산성당 정원에 있는 신부님의 동상 앞에 구덩이를 조그맣게 파서 묻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흙을 신나무골 성지와 새방골 성당에도 보내어 그곳에 있는 신부님의 동상 앞에 뿌리도록 하였습니다.
로베르 신부님께서 1922년에 돌아가셨으니까 100년이 넘었지만 그 후손들은 아직도 신부님을 기억하고 있었고 우리를 환대해 주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들이나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헌신하고 몸을 바쳤던 우리 선조들과 선배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2023년 마지막 달 첫 토요일입니다만, 전례력으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신과 가정과 교회를 위해 헌신하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기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루카 21,34-3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이어서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깨어있다는 말이 무슨 말이겠습니까? 잠들지 말라는 말인데 영적으로 잠들지 말라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늘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삶이 깨어있는 삶일 것입니다.
오늘날은 세계 여기저기에서 전쟁이 터지고 있습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극한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6.25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입니다. 우리 국토를 반으로 갈라놓고 있는 것이 휴전선인데 가운데는 군사분계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방한계선이 있으며 북쪽에는 북방한계선이 있습니다. 그 사이가 비무장지대입니다. 그런데 말이 비무장지대이지 무장한 군인들이 사는 초소들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남북 합의에 따라 그 초소들을 없앴는데 이번에 그 합의를 깨고 다시 초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우려될 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국가와 민족 간의 전쟁만이 아니라 오늘날 온갖 폭력과 마약과 방탕이 넘쳐나는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교우들이 깨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