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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주님성탄대축일 낮 미사 강론)
   2023/12/28  10:5

주님성탄대축일 낮 미사

 

2023. 12. 25. 계산성당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고 하느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성탄을 맞이하여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우리나라와 온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해마다 성탄을 맞이하게 되면 일년 중에 마지막 주간이 되기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2023년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이 지나는가 싶었는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더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까지 발발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각자의 참호 속에서 대치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캐럴을 부르기 시작하였는데 참호 속에 있던 양쪽 군인들이 밖으로 나와 함께 캐럴을 부르며 주님의 성탄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밤과 그 다음 날은 휴전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 성탄을 맞이하여 휴전을 하고, 더 나아가 전쟁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3년은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계속해서 핵을 개발하고 있고 탄도미사일을 수없이 쏴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미국과 일본이 이에 대해서 새로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점점 이 세상이 새로운 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기후 위기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와 때아닌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핵과 기후 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구 감소 감소라고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출산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소멸될 나라가 될 것이라 합니다. 정부의 정책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이 땅에 하느님께서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18)은 요한복음의 시작으로 일명 ‘로고스 찬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1-5)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14)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9-11)

어제 성탄 밤 미사의 복음은 루카복음 2,1-14이었습니다. 루카복음서은 예수님의 탄생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은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이라는 고을의 어느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관에는 요셉과 마리아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를 내겠습니다. 구유에 누워계시는 예수님을 처음 본 소 이름은 무엇입니까? ‘봤소’입니다.

그럼, 그 소가 예수님께 처음 인사를 건낸 말은? ‘반갑소’입니다.

그럼, 옆 사람과 “반갑소. 성탄을 축하합니다.”하고 인사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어젯밤에 저는 달서구 송현동에 있는 효성초등학교 강당 겸 체육관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대천본당에서 성탄 밤미사 주례를 저에게 부탁하여 갔었습니다. 현재 대천성당은 신축 중에 있기 때문에 효성초등학교 강당을 매주 빌려서 미사를 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강당 이름이 ‘해성재’입니다. 들어보셨나요? 해성재는 1898년 이곳 계산성당에서 시작합니다. 로베르 신부님께서 이곳에 처음 성당을 지으실 때 한옥 성당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해성재’라는 교육관을 지어서 아이들 교육을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날의 효성초등학교이고, 30여 년 전 송현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이곳 계산성당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17일에 제가 효성초등학교 개교 125주년 기념 미사를 효초에 가서 드렸습니다.

지금의 ‘해성재’라는 이름의 효초 강당은 원래 성요셉성당으로 사용하였는데 7-8년 전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새로 성당을 지어 이전을 하였습니다.

그 성당 이름을 ‘성요셉성당’으로 한 것은 김광식 요셉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합니다. 김광식 요셉 할아버지께서 대구역 근방에 있던 당신 집을 교구에 기증하셨습니다. 교구에서는 그 집을 예수성심시녀회에 맡겨서 ‘요셉의 집’이라는 무료 급식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일 점심때 저와 교구청 신부님들이 그곳에 가서 밥 퍼주는 봉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광식 요셉 할아버지께서는 성요셉 성당을 처음 지을 때도 그랬지만, 두 번째 지을 때도 큰 희사를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대단한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범하신 분이셨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이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득을 보자 의로움을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원래 논어(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있는데, 올해의 사자성어는 이와 정반대 말인 ‘견리망의’가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견리망의의 현상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전세 사기, 투자 사기, 보이스 피싱 등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어렵게 사는지 모릅니다. 며칠 전 TV에서 노인 빈곤에 관한 다큐를 보았는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고 잘못 투자를 하는 바람에 가진 것을 다 잃고 노숙자나 쪽방 신세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20년 전 계산성당을 세울 때 큰 도움을 주셨던 서상돈 아오스딩 회장님과 정규옥 바오로 회장님, 그리고 오늘날 김광식 요셉 할아버지처럼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 가운데 오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마음 깊이 영접하도록 합시다. 2000여년 전 그분께서 베들레헴의 어느 누추한 마구간에 처음 오셨을 때처럼 지금도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오신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며 기쁜 새해를 맞이하시길 축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