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와서 보아라 (4대리구 2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
2024/01/08 9:30 |
4대리구 2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1. 04. 지곡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데 복은 누가 줍니까?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의 선물이 복인 것입니다. 2024년 새해에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올해가 갑진년(甲辰年) 용띠해라고 합니다. 그것도 청룡이라고 합니다. 용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에서 유일하게 가상의 동물이지만 힘찬 기운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힘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임진년(壬辰年)에 태어났으니까, 저도 용띠입니다. 사실 우리가 용띠이든 뱀띠이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쁘고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올해 우리는 갑진년보다도 ‘친교의 해’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와 성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4대리구 2지역으로 이곳 지곡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들 코로나 이후에 본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말하는 것인데, 2021년 10월에 개막하여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의 특이한 점은 본회의를 하기 전에 세계의 모든 본당과 교구와 나라와 대륙에서 시노드 주제에 대한 논의를 미리 가지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아래로부터, 즉 모든 백성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종합하여 대의원들이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성령 안에서 경청과 식별의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에 로마에서 본회의가 개최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서 대표로 참석하시고 오셨습니다. 이번 시노드의 또 하나의 달라진 점은 시노드 대의원에 주교들만이 아니라 남녀 수도회 대표들과 수십 명의 평신도 대표들도 대의원에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10월에 시노드 본회의 제2회기를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노드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적인 교회를 위하여-친교, 사명, 참여’입니다.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인 셈입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가는 여정, 즉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적인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먼저 시노드적이고 친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 공동체가 시노드적인 공동체가 되고 친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노드’라든가 ‘친교의 해’라든가 하는 것이 한때 논의되었던 하나의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회의 일상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35-42)은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과정과, 그 중의 한 명인 안드레아가 자기 형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전반부를 보면, 예수님께서 뒤따라오는 두 사람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서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친교이고 진정한 공동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와서 보아라.’ 하시며 당신의 자리를 내주시고 함께 묵도록 해주시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말씀으로만 가르치시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묵으면서 당신을 체험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예수님과 함께 묵는 것, 예수님 안에 머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느님 체험을 해야 신앙이 바로 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의 친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안드레아인데, 그는 다음 날 자기 형 시몬을 예수님께 데리고 갑니다. 안드레아는 요한복음에서 세 번 등장하는데, 등장할 때마다 다른 사람을 예수님께 인도하였습니다. 자기 형 시몬을 인도했고, 어느 그리스 사람을 인도하였으며,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소년을 예수님께 인도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첫 제자였지만, 이렇게 뒤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안드레아였습니다. 교회는 이런 사람들로 인해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든 공동체, 즉 우리 가정과 우리 교회, 우리나라가 친교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친교의 사람이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