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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E의 꿈 (대구 ME 신년 미사 강론)
   2024/01/31  14:36

대구 ME 신년 미사

 

2024. 01. 27.(토). 연중 제4주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성당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이 바로 복입니다. 2024년 새해에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랜만에 대구 ME 공동체와 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4-5년 전에 범어대성당에서 대구 ME 40주년 기념 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지난 사제생활을 되돌아보면 꾸르실료나 성령운동, 그리고 ME와 같은 활동을 통하여 큰 힘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태해지고 유혹에 빠질 수도 있는 나를 지켜주고 쇄신시켜 주고 성장시켜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특히 ME 운동에 제가 함께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드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1989년에 ME를 처음 경험하였고, 1995년 6월에 106차 주말 봉사를 시작하여 2007년 주교가 되기 전까지 1년에 한두 차례는 주말 봉사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며칠 전에 김성은 신부님께서 오셔서 2001년부터 작년까지의 연도별 ME 주말 참가인원 현황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보니까 2004년도가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주말 횟수가 15차례였는데, 483부부가 참가했습니다. 평균 32.3부부가 참가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10차례 주말이 있었고 176부부가 참가하였으니 평균 17.6부부가 참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도 우리 교구는 적은 숫자였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쉬지 않고 주말을 실시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10차례 주말에 116부부가 참가했고 평균 11.6부부가 참가했습니다. 차츰 회복하는 것 같습니다만, 매달 평균 20부부 이상으로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한 연구소에서 OECD 국가 17개국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가치 있는 것,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하는 질문입니다. 그 결과, 14개 국가에서 ‘가족’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이 ‘건강’이라고 대답하였고, 대만이 ‘사회(공동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무엇이라고 대답했는가 하면, ‘돈’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대만이 사회, 국가, 공동체를 가장 중요시한 것은 중국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하고 정말 심각하게 대치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더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돈이고, 그다음이 건강이고, 세 번째가 가족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젊은이들 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반 이상이 아기를 갖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DINK족’이라는 말을 아시지요? ‘Double Income No Kids’라는 말의 준말인데, 두 사람이 벌면서 아이는 가지지 않겠다는 부부를 말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기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쯤에 TV 뉴스를 보다가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개모차가 뭐지?’ 하고 있는데, 아나운서가 개모차에 대하여 설명을 해줘서 알았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사람을 부부로 창조하셨고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번성하도록 축복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아예 가정을 이루지도 않고 자녀를 갖지도 않는 이런 현상들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일인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현상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종교 할 것 없이 정부와 지자체와 모든 사회단체, 그리고 전 국민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르 1,21-28)을 보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카파르나움의 회당에 들어가셔서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이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권위’라는 것은 그 사람의 지위나 신분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신분에 맞는 품위와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당시 율법 학자들은 말과 행동이 달랐고 속과 겉이 달랐기 때문에 예수님과 비교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부제 서품식에서 주교님이 새 부제에게 복음서를 수여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는 이제 복음 선포자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으십시오. 읽는 것을 믿고, 믿는 것을 가르치며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십시오.”

우리도 주님의 복음을 읽고 믿으며 믿는 것을 가르치고, 가르치는 것을 실천한다면 권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마침 그 회당에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안식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그 사람은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예수님을 믿고 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는 것과, 믿고 따르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오늘날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시기와 질투와 미움으로 가득 찬 사람, 허세와 교만과 욕심과 이기심 등으로 가득 찬 사람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알콜 중독, 마약 중독, 게임중독, 도박 중독, 성 중독, 이념 중독 등에 빠진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묻지마폭력만이 아니라 정치적이며 이념적인 갈등과 폭력이 난무한데,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고 증오하고 혐오하는 현상들이 심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과 능력으로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그 중재를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ME의 꿈이 무엇입니까? 부부 사랑과 일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 부부만 잘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과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 95장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