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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엠마우스 (2대리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2024/04/05  17:1

2대리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4. 04. 수성성당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길 빕니다.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그리고 총회장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2대리구 3지역 차례로 이곳 수성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당 사목의 어려움도 있지만 다들 본당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는데, 2021년 10월에 개막하여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적인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인 셈입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가는 여정, 즉 함께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2월에는 우리 교구 신부님들이 대구가톨릭대학교 기숙사에서 2박 3일간 ‘경청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연수를 하였는데, 지난 2월에는 범어대성당에서 하루 동안 연수를 가졌습니다. 이번 연수 주제는 ‘세대 간의 소통’이었습니다. 세대 간의 소통이 잘 안 되지요? 손흥민과 이강인이 9살 차이인데 지난번 일이 세대 차이라고 하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비롯하여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날 저희는 사제연수에서 강의를 듣고 조별 나누기를 가졌었습니다. 저도 조별 나누기 모임에 들어가서 신부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동료나 선후배 신부님들과의 소통만이 아니라 본당에서 신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적인 교회가 되지 않고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먼저 시노드적이고 친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 공동체가 시노드적인 공동체가 되고 친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런 ‘시노드’라든가, ‘친교의 해’라든가 하는 것이 한때 논의되었던 하나의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회의 일상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체, 정당이나 정부도 친교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며칠 후면 300명이라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되는데,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 상대를 욕하고 험담하고 공격하는 데에 그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고 보살펴야 하는데, 도리어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그래도 정치가 국민의 삶의 전 분야를 관여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위정자들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시고, 이번 선거 때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입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 워낙 큰 축일이기 때문에 팔일 동안 축제를 지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4,35-48)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제 읽었던 복음(루카 24,13-35)을 기억하세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며칠 후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고 있었는데 어떤 나그네와 함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걸어가면서 최근에 예루살렘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녁때가 되고 날도 저물어 제자들이 그 나그네한테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날이 저물었습니다.”하고 말하고 어떤 집에 들어갔습니다. 식탁에 앉아서 그 나그네가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린 다음 떼어서 나누어 주는데 바로 그 사람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엠마우스’라는 성가, 아십니까? 성염 작사, 원선오 신부님 작곡입니다. 노래 아시는 분, 저와 함께 한 번 불러볼까요?

“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주님의 길만을 재촉하시면

어느 세월에 또 뵈오리이까?

누추한 집이나 따스하오니,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친교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용기를 내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날이 저물어 나그네에게 집과 음식을 내어주는 그런 것입니다. 이 미사가 바로 친교의 식사이고 친교의 제사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 제자 두 사람이 다른 제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와서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것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실 때 말씀하신 첫 마디는 늘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평화’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이 평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온 나라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친교는 사람들과 평화를 나누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영적으로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들과 평화를 나누는 것이 친교인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사회복지를 하지만 그것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환대하고 받아들이고 맞이하는 친교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48)

주님 부활의 증인으로 잘 살았던 사람이 누구입니까? 주님의 제자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일 것입니다. 4복음서 모두가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뵈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간 첫날 이른 새벽에 가장 먼저 무덤으로 달려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달려가 알린 사람도 마리아 막달레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가장 뛰어난 부활의 증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주님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하고 사람들에게 주님의 부활을 알리며, 기쁘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부활의 삶이며 친교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