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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 (레지오 마리애 성모의 밤 미사 강론)
   2024/05/07  12:57

레지오 마리애 성모의 밤

 

2024. 05. 01. 성모당

 

오늘 5월 성모성월이 시작하는 첫날에 교구 레지오 마리애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주최로 이곳 성모당에서 ‘성모의 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 교구의 주보이시고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시기도 합니다. 우리 교구와 한국천주교회를 성모님께서 잘 돌봐주시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 성모당은 우리 교구 초대 교구장이신 드망즈 주교님께서 1917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18년 10월 13일에 봉헌하였습니다. 1917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해라 할 수 있습니다.

4년 전에 ‘1917’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보셨는지요? 한국 영화로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탔던 ‘기생충’이라는 영화에 밀려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놓쳤던 영화입니다. 그 영화는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을 구하기 위해 두 사람의 영국군 병사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뛰어드는 이야기입니다. 도중에 한 병사는 죽고, 살아남은 한 병사가 사단장의 명령지를 가까스로 전달하여 수천 명의 장병들을 살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1917년은 포르투갈의 파티마에서 있었던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해입니다. 성모님께서는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매월 13일에 발현하셔서 메시지를 주셨는데, 여러 내용이 있지만 그중에 ‘러시아의 회개을 위해 기도하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공산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2년 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는데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의 전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수없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이 한반도와 지구촌에 더 이상 전쟁이 없고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이고 ‘근로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의 배필이시며 우리 교회의 수호자이시고 근로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요셉의 전구로 우리 교회와 모든 근로자들이 하느님의 은총 아래 살며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아기 예수님을 안고 아기에 대한 율법의 관례를 지키기 위해 성전에 들어갔더니 시메온이라는 예언자가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어머니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시메온의 이 말처럼 성모님의 생애는 고통과 시련의 생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모칠고(聖母七苦)’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일곱 가지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시고 기르셨기 때문에 하느님의 엄청난 은총을 받으신 분이시지만, 그 반대로 인간적으로는 엄청난 고통을 받으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당이나 교우들 개인 집이나 성모상이 없는 데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상을 자주 보기도 하고 그 앞에서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성모님을 생각할 때 대부분 아름답고 순종적이며 겸손하신 성모님을 생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빛’ 잡지 ‘여는 글’에 박병규 신부님이 성모님은 ‘강단 있고 강인한 여성’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도 맞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성모님은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처녀로서 아이를 갖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결연히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십자가의 자리를 끝끝내 지켜내셨던 분이십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그리스도의 수난)라는 영화, 보셨나요? 한 20여 년 전에 나왔고, 지난 부활절에 가톨릭평화방송 TV에서 재방을 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 성모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이 매를 맞고 십자가를 지고 못 박혀 돌아가시는 전 과정을 지켜보시지만, 땅을 치고 통곡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모든 것을 속으로 삭이고 견디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참으로 용기 있고 강인하신 분이셨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우리의 어머님들도 그랬습니다. 바오로딸 출판사에서 펴낸 책 중에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에 대해서 한마디 해달라고 해서 원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로 어머님은 짜장면을 싫어했을까요? 자식들 많이 먹으라고 당신은 참는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 어머님들, 우리 부모님들은 오로지 자녀를 위해서 희생과 헌신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여러분들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렇지요? 여러분들도 대단하신 분들이십니다.

고무로 만든 신을 무슨 신이라 합니까? 고무신입니다. 나무로 만든 신을 나막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랑으로 만든 신은 무슨 신입니까? 당신입니다. 여러 어머니들이, 여러 부모님들이 사랑으로 만든 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2, 30년 전에 ‘우정의 무대’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진행했는데, 아시지요? 그 프로그램 안에 어느 한 병사의 어머니를 무대 뒤에 서 있게 하고 그림자와 목소리만 들려주면서 ‘자기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병사는 무대로 올라오라’고 하는데, 수많은 병사들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용 아저씨가 그 병사들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마이크를 갖다 대는데, 병사들마다 ‘우리 어머님이 확실합니다.’하고 외쳐대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말도 맞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식과 집안을 위해 헌신하셨던 모든 어머니들이 우리들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모님도 예수님의 어머니시지만, 우리 믿는 사람들 모두의 어머니이십니다. 성모님은 우리 신앙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하여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요한복음 2장을 보면 성모님께서는 일꾼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성모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엇이든지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고 오늘처럼 ‘성모의 밤’을 지내는 근본적인 목적은, 성모님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잘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성자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영생의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아멘.”(5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신심 미사 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