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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이시습지불역열호 (근화여고 개교 60주년 미사 강론)
   2024/05/07  14:30

근화여고 개교 60주년 미사

 

2024. 05. 03.

 

먼저 근화여고 개교 6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근화여중도 올해로 개교 75주년을 맞이하였는데, 축하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가 있는 곳에는 늘 학교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회의 미래도 교육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일학교뿐만 아니라 이런 일반 청소년 교육이나 성인교육도 교회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성당뿐만 아니라 학교도 세웠습니다. 대구에 효성초등학교가 있는데, 작년에 개교 125주년을 맞이하여 제가 작년 11월에 학교를 방문하고 미사를 드렸습니다.

우리나라가 1945년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후에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여러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1946년에 김천에 성의중학교, 왜관에 순심중학교, 대구에 대건중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1949년에는 경주에 근화여자중학교, 마산에 성지여자중학교, 대구에 효성여자중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가 분리되어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중학교로 치면 75년 동안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셨던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후원하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이 5월 3일인데 근화여자중고등학교의 연혁을 보니까 5월 3일이 근화여자중학교가 4년제로 인가를 받고 경주 성동성당의 주임이신 신원식 루카 신부님께서 초대 교장으로 취임한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들이 성당 구내 안에 설립되어 오랫동안 거기에서 지냈습니다. 이처럼 교회에서는 교육을 그만큼 중요시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열두 사도들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바로 제자들을 모으고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선생님이 하는 일이고, 배우는 일은 학생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교사(敎師)’라고 합니다. 가르칠 ‘敎’에 스승 ‘師’를 씁니다. 그리고 ‘학생(學生)’은 글자 그대로 배우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잘 가르쳐도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헛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공자님의 ‘논어’ 첫 문장이 무엇입니까?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입니다.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입니다. 논어의 첫 문장이 이 말씀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은 모름지기 배우고 익힘으로써 지식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바른 인격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학교 공부도 모자라서 학원까지 다닙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험 전날이라 공부 좀 하려고 하면 ‘불 끄고 자라. 전기세 올라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올라갈 때 시험 치러 가면 ‘제발 떨어지고 오너라.’고 했습니다. 시험에 붙고 오면 또 돈이 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속 마음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공부는 본인 스스로 필요해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의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향하여 나아갈 때 스스로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인생에 있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것이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기쁨을, 그리고 학생들은 배우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요한 14,6-14)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 토마스에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예수님 말고 엉뚱한 데를 찾아가서는 안 됩니다.

옛날에 강원도 전방에 근무할 때 가끔 길가에 이런 팻말이 적힌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왜냐하면 길이 아닌 데를 지나가다가 자칫하면 지뢰를 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진리 그 자체입니다. 세상에는 귀에 솔깃한 이야기나 정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가짜 뉴스, 거짓 정보가 넘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 즉 거짓에 속아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수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생명 그 자체이신 그분을 믿고 따를 때 우리는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만유 위에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유 위에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이 남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