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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교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4대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2024/06/10  15:56

4대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6. 06. 연중 제9주간 목요일, 죽도성당

 

우리 교구가 ‘친교의 ’해를 맞이하여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는데, 오늘은 제4대리구 3지역 차례로 이곳 죽도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 각자가 친교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오늘 현충일을 맞이하여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본당 신자의 고령화와 주일학교 및 청년 사목 문제 등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가는 여정, 즉 함께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적인 교회가 되지 않고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먼저 시노드적이고 친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 공동체가 시노드적인 공동체가 되고 친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런 ‘시노드’라든가, ‘친교의 해’라든가 하는 것이 한때 논의되었던 하나의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회의 일상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주에 ‘4대리구 한마음 축제’가 있었습니다. 미사 전 간담회에서 최재영 대리구장 신부님으로부터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일주일 동안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축제의 장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한마음 축제가 또 하나의 훌륭한 친교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마르 12,28-34)을 보면 어느 율법 학자가 예수님께 “모든 계명 중에서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말씀하시면서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법이 있습니다. 하나의 국가라면 헌법이 있고 그 밑에 수많은 법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체와 공동체마다 규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법과 규정들의 근거에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법과 규정은 사람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억압하고 구속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에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시비 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대개 예수님께서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안식일에 병자들을 고쳐주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는 안식일 규정보다 그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친교가 이루어집니다. 부부도 사랑이 없으면 친교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진정한 친교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난 5월 20일에 포항 들꽃마을의 최영배 비오 신부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대장암 3-4기로 판정받고 수술까지 했지만, 심장까지 좋지 않아 며칠 만에 하느님께 가셨습니다. 최 신부님이 수술하시기 이틀 전에 저와 전화 통화를 하였습니다. 수술 잘 받으시라고 격려하였고 어느 정도 회복되면 보자고 했는데,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최 비오 신부님은 35년 전에 첫 본당인 고령성당에서 어느 날 밤에 성모상 앞에 쓰러져 있는 노숙인을 사제관에 데려다가 씻어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던 일을 계기로 하여 들꽃마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령 들꽃마을로 시작하여 포항 들꽃마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사제생활을 가난과 질병과 장애로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장례 기간 중에 4대리구 교구장 대리이신 최재영 시몬 신부님께서 포항 들꽃마을에 최 신부님이 사시던 곳을 보고 오셨는데, 너무 검소하게 사신 모습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월요일(6월 3일) 오후 2시 평화방송 라디오를 들었는데, 민들레 공동체의 이병훈 신부님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최영배 신부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들꽃마을에서 사목하며 오랫동안 곁에서 최 신부님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렇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렇게 최 비오 신부님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자신보다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친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최영배 비오 신부님이 지은 ‘들꽃마을의 기도’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기도를 마지막 묵상 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저희로 하여금

올라가기보다 내려가게 하시고

커가기보다 작아지게 하시며

소리내기보다 침묵하게 하시고

화려하기보다 단순하게 하시며

풍요롭기보다 가난하게 하시고

고민하기보다 고통당함을

사랑하게 하소서.

 

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미래의 행복보다 오늘의 어려움을,

앞날의 변화를 재촉하기보다 오늘의 불완전을,

채워져야 할 빈 가슴을

간직하게 하소서.

 

주님,

저희의 영혼 육신의 온 갖가지 세상 장식을 떼어 주시어

님의 십자가만을 목에 걸고, 

작은 미소 머금은 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