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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 어디로 가는가? (한티성지 도보순례 및 병인순교 150주년 미사 강론)
   2016/09/26  17:16

한티성지 도보순례 및 병인순교 150주년 미사

 

2016. 09. 24. 한티순교성지

 

‘한티 가는 길’이 드디어 지난 9월 10일에 개통되었습니다. 가실성당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 총 45.6킬로로 족히 이틀은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그날 가실성당에서 개통식을 하고 한 1Km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표지석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실성당에서 신나무골성지까지 가는 제1구간을 걸었던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티 가는 길’ 조성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과, 실제 그 길을 닦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0일에 제가 축복했던 표지석에는 ‘한티 가는 길’이라는 큰 글씨와 함께 ‘그대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치며 용서하고 사랑하며 걷자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1구간은 가실성당에서 신나무골성지까지 ‘돌아보는 길’이며, 제2구간은 신나무골성지에서 창평지까지 ‘비우는 길’입니다. 그리고 제3구간은 창평지에서 동명성당까지 ‘뉘우치는 길’이며, 제4구간은 동명성당에서 가산산성 진남문까지 ‘용서의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들 대부분이 걸었던 제5구간은 진남문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 ‘사랑의 길’인 것입니다. 
45.6Km 전 구간을 어제 낮부터 오늘까지 완주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교구 사무처장 박영일 신부님을 비롯해서 40여 분이 걸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진남문 주차장에서 이분들을 만났었는데 모두 건강하게 도착하여 우리들과 합류하였던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축하와 함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티 가는 길’은 한티성지 입구에 도착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37기의 순교자들의 묘를 모두 참배해야 순례가 끝나는 것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성 야고보 사도 무덤을 향하여 가는 길입니다.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깜뽀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는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으로 그 순례가 끝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티 가는 길’도 한티에 묻혀있는 순교자들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종착점에는 한티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티마을 사람들을 만나셨지요? 대형 십자가 옆에 한티마을 사람들이 망부석이 되어 한티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환영해 주고 있습니다.
‘한티 가는 길’은 사실 200여 년 전부터 한티마을 사람들과 순교자들이 걸었던 길입니다.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서상돈 아우구스티노의 외조부인 김현상 요아킴은 1839년 기해박해가 터지자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신나무골로 피난 왔다가 다시 이 길을 따라 한티로 들어와 살았습니다. 1860년 경신박해 때는 이선이 엘리사벳의 가족이 이 길을 걸어 한티로 피난 왔다가 순교하기도 하였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의 샤스땅 신부님이나 다블뤼 주교님, 그리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도 경상도 지역을 순회 전교하시면서 신나무골과 한티를 오고 가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구본당의 초대주임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도 ‘한티 가는 길’을 여러 번 걸었을 것이며, 큰 축일이면 한티 사람들이 밤새 이 길을 걸어서 신나무골에 가서 미사를 드렸을 것입니다. 1895년부터는 가실성당 신부님이 한티 신자들을 위해 이 길을 따라 한티에 와서 성사를 주고 미사를 드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3-40년 전, 한티재로 가는 차도가 생기기 전에 해마다 우리들은 복자성월이 되면 동명의 성가양로원 앞에서 한티까지 ‘복자찬가’를 부르며 걸어왔던 길도 바로 이 길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걸었고 우리 순교자들이 걸었던 ‘한티 가는 길’이 개통이 된 것입니다. 아직 부족하고 불편한 점이 더러 있지만 우리 신자들부터 많이 걸으신다면 이 길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길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난 12일에 신부님 7분과 수사님 한 분, 그리고 평신도 두 분과 함께 하루 시간을 내어서 신나무골성지에서 동명성당까지 2,3구간을 7시간 동안 걸었었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으면서 경치가 좋아서 아주 기분 좋게 걸었었습니다. ‘한티 가는 길’을 걸으면 육체적인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병인순교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866년 2월에 시작된 병인박해는 1873년 대원군이 실각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한티성지에는 순교자의 무덤으로 판명된 묘가 서태순 베드로를 비롯하여 모두 37기 있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경주 산내 단석산에서 살다가 울산 장대에서 치명하시고 지금은 복자성당에 모셔져 있는 복자 이양등 베드로와 복자 김종륜 루카, 복자 허인백 야고보도 병인박해 순교자분들도 병인박해 순교자입니다.  
옛날 교우촌들이 거의가 이런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박해를 피해 산골짜기로 피신하여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에게 신앙은 목숨이요 생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산골짜기에서 온갖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신앙을 지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갑자기 포졸들이 들이닥쳤을 때 순순히 포승을 받았고 체포된 후에는 많은 심문과 형벌을 받았으며 마지막에는 당당하게 순교를 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삶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희망이 그들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순교자들의 이런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대구의 순교자들과 한티의 순교자들이 우리의 믿음을 위해 빌어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그대,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