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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굳건한 믿음과 의지 (경주성동성당 방문 미사 강론)
   2016/09/27  11:51

경주성동성당 방문 미사

 

2016. 09. 25. 연중 제26주일

 

지난 번 지진 때문에 많이 놀라셨지요? 놀라셨을 뿐만 아니라 재산적인 피해는 물론이요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을 위로해 주시고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12일 지진이 일어나고 난 뒤 한 시간 정도 후에 김영우 신부님한테 전화를 하여 상황을 물었더니 성당 종탑이 무너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당 종탑이 무너지다니!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다시 자세히 알아보니 종탑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종탑을 이루는 콘크리트 벽에 붙여놓은 벽돌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성당에 미사가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던 것입니다. 
조금 전 미사 시작 전에 그 문제의 종탑을 둘러보았습니다. 약간 흉물스러웠지만 안전과 곧 있을 복구 작업을 위하여 떨어지지 않은 벽돌까지 다 치운 상태였습니다. 안전하게 다시 복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교구에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돕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9월 12일 지진이 일어났던 그날 아침부터 ‘한티 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일곱 분의 신부님들과 세 분의 평신도와 함께 신나무골 성지에서부터 동명성당까지 7시간을 걷고 나서 동명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었습니다. 저녁 8시경에 들어와서 TV뉴스를 틀었는데 뉴스 자막에 경주 남쪽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샤워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8시 32분경에 갑자기 방바닥과 건물이 흔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것이 지진이구나! 하고 직감하고는 그 자리에 몸을 낮추었습니다. 
그 지진이 5.8규모로서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주일만인 지난 19일에 또다시 비슷한 지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 시간에 저는 방에서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의자가 부르르 떨리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두 번이나 지진을 몸으로 느끼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가까이에서 겪었던 여러분의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짐작이 갑니다. 지난 22일에는 정부에서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이 조치가 피해복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지진으로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성동성당의 종탑을 감싸고 있는 벽돌이 떨어져나가는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당 출입을 통제하고 성동 프리텔 강당에서 이렇게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성성당에도 벽들이 금이 갔다고 하고 근화여고 강당에도 벽이 금이 갔다고 하여 오늘 미사 후에 둘러볼 예정입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이 오더라도 그것을 굳건하게 이겨낼 믿음과 의지가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그랬고 우리 순교자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보면 여러 가지 시련이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환란이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언제 어떤 시련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주님만을 믿고 굳건하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철학자는 말하기를, “내일 이 세상에 종말이 온다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정신과 마음자세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성경말씀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개와 올바른 믿음의 실천이 구원의 길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나라가 망하는 것도 모르고 흥청망청 지내는 사람들을 향하여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술은 대접으로 퍼마시고, 최고급 향유를 몸에 바르면서도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그러므로 이제 그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 끌려가리니, 비스듬히 누운 자들의 흥청거림도 끝장나고 말리라.”(아모스 6,6-7)
이렇게 회개하라는 예언자의 말을 무시한 그들은 기원전 722년 어느 날 아시리아 군대의 칼에 맞아 죽거나 포로가 되어 아시리아로 끌려갔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루가 16,19-31)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부자와 거지 라자로 이야깁니다.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하여튼 부자는 죽어서 지옥(저승)에 갔고 라자로는 죽어서 천당(아브라함 곁)으로 갔습니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 된 것이다. 
그런데 부자는 왜 천국에 가지 못했습니까? 뭘 잘못했습니까? 재산이 많은 것이 잘못이었습니까? 그것은 자기 집 대문 앞에 누워있는 라자로라는 사람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자기 집 앞에 있는 불쌍한 그를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것 자체가 죄인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서로 가진 바를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어제는 우리 교구 신자들 1600여명이 모여서 칠곡군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한티성지까지 도보순례를 하고 한티성지에서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한티성지도 그렇고 경주 산내 진목정 성지도 그렇고 옛날 교우들이 살았던 곳이 모두 깊은 산골짜기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포졸들이 잘 찾아올 수 없는 산골짜기로 피신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산골짜기에 교우촌을 이루고 살면서 먹고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증언에 의하면 교우촌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교우끼리 한 동네에 살면서 서로 나누고 도와주며 살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경주지역의 우리 교우들도 초대교회의 신자들처럼, 그리고 옛날 우리 신앙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사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아들처럼 여기는 협조자 디모테오에 한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들읍시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1디모 6,1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