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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2016 대구 성령축제미사 강론)
   2016/04/18  12:44

2016 대구 성령축제미사


2016. 04. 16. 월막 피정의 집

 

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알렐루야!
오늘 2016년도 대구 성령축제를 축하드리며 성령의 은혜가 여러분들에게 가득 내리시기를 빕니다. 2000여 년 전 오순절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리셨던 성령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도 내리시어 각자 필요한 성령의 은사를 받으시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이 하느님 앞에 흠 없는 사람이 되고 신앙생활을 기쁘게 하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교구 성령대회를 통상 성김대건기념관에서 개최하였는데 이번에는 특별 강사님인 브라질의 이로니 스뿔다로(Ironi Spuldaro) 선생님의 일정에 따르다 보니 이곳 고령 월막 피정의 집에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작년 7월에 월막 피정의 집 성당을 축복하여 하느님께 봉헌하였는데 성령축제를 성당 안에서 하기에는 너무 좁아서 이곳 마당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자리가 불편하고 날씨도 궂은데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감사를 드리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지난 100년 동안에 가톨릭교회 안에서 있었던 가장 큰 일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단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일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교회로 하여금 세상에 문을 열게 하였고 새로운 성령강림과도 같이 교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 안에 새로운 신앙운동이나 단체들이 생겨났고 또 활성화 되어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켜 왔던 것입니다. 성령쇄신운동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낳은 산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나 평신도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성령쇄신운동을 통하여 자신의 생활 안에서 성령의 놀라운 능력과 은사들을 체험하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령을 체험하고 신앙의 기쁨을 찾고 기도의 힘을 느끼며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로 인하여 교회는 더욱 풍요로워졌으며 교회가 세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령운동의 이러한 공헌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음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일부 사람들이 정도를 벗어난 지나친 개인 신심으로 빠지기도 하고, 어떤 감정적인 체험이나 질병의 치유나 이적에만 관심을 갖고 집착하는 경우들이 분명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도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하여야 하듯이, 성령운동도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해마다 개최되는 대구 성령축제가 그 역할을 하는데 한 몫을 다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 2012년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이하여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이하여 작년 12월 8일부터 올 11월 20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단순히 ‘자비의 해’가 아니라 ‘자비의 특별 희년’인 것입니다. 
구약성경 레위기를 보면 희년은 50년 마다 오는데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내고 그 다음 해가 희년입니다. 희년에는 종이나 노예를 해방하고 저당 잡았던 땅이나 집을 풀어주며 빚을 탕감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억압받던 사람들에게는 희년이 그야말로 기쁨의 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마침 세월호 사건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년 전 우리는 세월호 사건으로 수백 명의 귀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온 나라, 온 국민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바다 밑바닥에 잠겨 있는 세월호를 곧 인양할 것이라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습니다만 아직도 시신마저 찾지 못한 사람이 아홉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세월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그 영혼들을 당신의 영원하신 품에 안아주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귀한 자식과 가족들을 졸지에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당신 위로의 손으로 어루만져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그 아픈 마음이 치유되어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체험하고 참으로 올해가 희년이 되고 기쁨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번 대구성령축제의 주제성구가 마태오복음 9,27의 말씀인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입니다. 
마태오복음 9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시고는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하시며 그들을 고쳐주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자비를 청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도 거절을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래, 내가 고쳐줄 게.’하시며 그들에게 다가가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십니다. 
우리도 믿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하느님의 자비를 입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같은 죄인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성령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자비를 입은 사람은 자비를 입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자비의 얼굴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기도문’을 매일이나 가끔이라도 바치고 계십니까? 
기도문을 보면 성경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돈의 노예였던 자캐오와 마태오, 세상 피조물에서 행복을 찾던 간음한 여인과 막달레나, 주님을 배반한 베드로, 회개하는 도둑, 그리고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입니까? 이들은 한결같이 죄인들이었습니다. 자캐오와 마태오는 직업이 무엇이었습니까? 세리였습니다. 그 당시 세리는 죄인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직업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간음하다 들킨 여인과 막달레나는 육신의 쾌락에 자기 몸을 맡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재판받는 동안에 세 번이나 모른다고 잡아뗐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양 옆에는 도둑 두 사람도 매달려 있었으며,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은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마침내 주님을 만나서 용서를 받고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 앞에서 다 죄인들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늘 나의 욕심이, 나의 태만이, 나의 시기와 교만이 발동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성령으로 주님을 만나 죄의 용서를 받고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은 주님의 자비의 은총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성령께서 이 불쌍한 저희들을 잘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이여,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