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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5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9/06/10  13:19

5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

 

2019년 6월 7일 한티 피정의 집 대성당

 

찬미예수님, 제5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묵상한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하고 부르십니다. 사회적 직책이 무엇이든지 우리 모두 자연인으로 예수님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사도라든지 제자라든지 부르지 않으시고 자연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하고 물으십니다. 사실 오늘 말고도 발현하신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말씀하시면서 성령을 주시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라고 하셨지만, 베드로에게 ‘너는 왜 나를 배신했느냐?’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둘째로 토마스에게 발현하셔서,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하셨을 때에도, 또 오늘 복음 직전에 물고기를 백쉰세 마리나 잡게 해주시고 빵과 생선으로 아침을 차려주셨을 때에도, 모두 이렇게 세번 발현하신 예수님은 한 번도 베드로의 배신을 추궁하거나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십니다. 평소 예수님은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시고 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가셔서 희생 제사를 봉헌하시며 당신의 크신 사랑을 보여주셨죠. 그렇다면 베드로에게 하신 질문은 ‘나는 너를 용서하고 또 용서하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내 목숨 바쳐 너를 사랑하였고 또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세 번씩 물으시는 질문 앞에 느낀 베드로의 슬픔의 감정을 통해 아마도 참된 회개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발현을 두 번이나 목격하고도, 베드로는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심 받은 것을 잊어버리고 “나는 물고기를 잡으러 가겠소.”하지 않았던가요? 이제 예수님을 다시 만난 베드로는 복잡한 심경 속에,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부르심과 자신의 정체성, 예수님께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를 게파, 곧 베드로라 부르겠다.’하신 말씀, 그리고 ‘베드로, 너는 반석이다. 네 위에 나의 교회를 세우겠다.’하신 자신의 사명에 관한 말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것까지 모두 떠올리며, 참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예수님의 부름 받은 사람 낚는 어부, 교회의 반석임을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베드로의 내적 자세가 확립되자 예수님은 다시 한 번, 이 마지막 만남에서, “나를 따라라.”하십니다.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뒤따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추가로 방황하게 되죠.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 가면 ‘퀴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성당이 있습니다. ‘자 봐라. 베드로가 말년까지 정신 차리지 못했네.’하고 우리가 쉽게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사실 우리 모두 그러한 나약함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제직을 충만하게 살아가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성사의 은총을 나누어주는 우리는, 그저 오늘 하루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서품식에서 한 약속을 거듭 새기면서, 다만 오늘 하루라도 예수님 뜻에 더 맞게 내 양떼가 아니라 예수님의 양떼를 당신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할 따름입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물으실 것입니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 그때 우리 대답이 ‘예 주님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이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처럼 우리에게도 ‘나를 따라라.’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길, 우리에게 맡겨진 각자의 십자가의 길로, 우리도 예수님을 뒤따라 힘껏 걸어가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