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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
   2020/03/05  17:11

재의 수요일 미사

 

2020년 2월 25일, 교구청 사제관 경당

 

찬미예수님, 2020년 재의 수요일인 오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각 나라별로 확진자 및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타나 행정, 의료, 보건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동참하여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교구장님의 긴급지침으로 3월 5일까지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와 모든 모임을 가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교구청 사제관 경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꾸르실료 경당에서 거행했던 예년과 달리, 이렇게 신부님들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사에 함께하여, 이번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부터 보호를 청하고, 또한 오늘 재의 수요일에 교구민 전체를 대표하여 재를 머리에 받아 참회의 속죄의 정신을 가다듬으며, 단식과 금육을 통하여 올해 사순시기를 거룩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요즘 교구청에서는, 개인 숙소를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또 식사 때도 음식을 덜어 2미터씩 떨어져 않아서 식사하며, 외출을 삼가고, 특히 어제처럼 비가 오면 실내에서라도 걷기운동을 하며, 홀로 미사성제와 성무일도를 바치는 하루 일과를 지내보니, 지금처럼 함께 모여 거행하는 공동체 전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또 신자분들도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미사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또 성체를 모시지도 못하니, 예수님의 몸을 모시는 영성체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거듭 느끼고 있다고 하시네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나팔을 불지 말며,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 자선을 숨기라고 하십니다. 기도할 때는 드러내 보이려고 하지 말고, 골방에 들어가, 숨어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단식할 때는 침통한 표정을 짓거나 찌푸리지 말고, 오히려 얼굴을 씻고 기름을 발라, 사람들이 아니라, 숨어계신 아버지께 보이라고 하시죠. 사람들에게 칭송 받으면, 이미 상을 다 받은 것이기에, 사람들에게 숨겨도,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사실 자선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며,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 하신 예수님 명령을 실천하는 것이고, 기도는 하느님과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감히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우리의 정체성에 관련된 것이며, 단식은 내 자신의 육체적인 몸을 정신적으로 또 영적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향한 자선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기도에서도, 자기 자신을 향한 단식에서도, 각자가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을 나팔 불지 말고, 오히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상을 받으라고 당부하시는 것이죠.

 

이제 내일부터, 다시 당분간, 신부님들은 홀로 미사와 성무일도를 거행하실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엄중한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각자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하느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의 사제직, 왕직, 예언직을 수행하는 우리 모두, 자기 정체성을 잘 가다듬는 은혜로운 사순 시기가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 (이러한 뜻에서 이제 재를 축복하고 재를 머리에 얹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