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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서 씻어라 (사순 제4주일 미사 강론)
   2020/03/25  16:46

사순 제4주일 미사

 

2020년 3월 22일, 교구청 꾸르실료 교육관 경당

 

빛이신 그리스도, 우리를 비추시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빕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학이 4월 6일로 다시 연기되었고요, 이렇게 방송미사로 또 만나 뵙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4주일입니다. 이번 주일은 별명이 많습니다. 사제가 분홍색 제의를 입는다고 해서 장미주일이라고 합니다. 또 입당송의 첫 단어를 따서 “즐거워하여라.”주일이라고 합니다. 복음 내용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주일이라고, 예전에는 ‘태생소경’주일이라고 했습니다. 사순 제4주일에 분홍색 제의를 입을 수 있고, 악기를 사용할 수 있고, 제대에 꽃 장식도 할 수 있게 하여, 참회와 보속으로 지내는 거룩한 사순시기 도중에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고 기운을 차리게 해 줍니다.

 

저는 최근에 <스페인 본당 가브리엘 신부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교구 마진우 신부님이 번역하고 자막을 붙여 <겸손기도> 채널에 올리신 것이었죠. 영상에서 스페인 신부님은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되었다고 밝히고, 접촉한 이들에게 이미 알렸으며, 신자들은 본당에 오지 말고 자택에 머물러 건강을 지키라고 당부하시더군요. 아울러 세상을 떠나신 전임 신부님들 위해서 기도를 부탁하시다가 한참 눈물을 흘리시던데요. 그 힘겨움이 느껴졌습니다.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 영상 미사로 만나자는 말씀에 배려와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또 최근 완치된 고등학생의 투병기를 보니 자가 격리 때, 생활치료시설 입소 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곳곳에서 환자들을 보살피며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전국에서 성금과 물품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금 지역 사회는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하며, 밀폐된 장소를 피하고, 손을 씻고 2m 거리를 두며, 증상이 있으면 절차를 따르고, 음성 판정 후에도 체크를 하며, 심리적 거리는 가깝게 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를 두는 <코로나19 종식 328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적극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이 등장합니다. 제자들은 저렇게 눈 먼 것이 누구 때문이냐고 단정적으로 여쭙네요. 하지만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을 하다기 눈을 뜨는 치유 단계를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은 먼저 당신 침으로 진흙을 개어 눈에 바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고 하십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하시지만 사람도 무언가를 하도록 요구하시네요. 눈 먼 사람은 예수님이 시키신 일을 하다가 치유 받고 눈을 떴습니다. 사람들은 이게 어찌된 일인지 묻습니다. 눈 먼 사람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 뜻을 실천하면 그의 말을 들어 주신다.’고 하며, 예수님 말씀대로 했더니 눈을 떴다고 밝히죠. 사람들은 화를 내며 그를 내쫓아버립니다. 그 소식을 듣고 예수님이 찾아오셨고,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고 물으시죠. 그는 ‘주님 저는 믿습니다.’하고 경배합니다. 여기서 ‘경배하다.’는 말로만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든 엎드리든 행동으로 하는 것이죠. 치유를 위해 ‘씻는 행동’을 했던 그가 치유 받고는 예수님을 ‘경배하는 행동’을 합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당신이 심판하러 오셨다고 하시는데요. 그 심판 기준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잘 보는 것 같아도 하느님 뜻을 실행하지 않으면 눈 먼 사람이 되고, 눈먼 사람이라도 하느님 뜻을 실행하면 치유 받고 눈을 뜨게 된다고 하세요. 그렇다면 바리사이에게 하신 말씀도 ‘잘 보인다.’고 말만 하지 말고, 얼른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라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답답하고 힘드실 것입니다. 우리가 누렸던 평범한 일상도 사실 하느님의 선물이었음을 느끼고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각자 자신의 건강과 구원을 위하여 또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행을 위하여, 아버지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30초 손 씻기를 하면서도 주모경을 바치며 마음을 함께 씻을 수 있겠지요.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렇게 일상에서부터 실행하시며. 은총의 사순시기 잘 지내시고요. 다가오는 부활 대축일 큰 기쁨으로 맞이하도록 합시다.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가서 씻어라.”(요한 9,7).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