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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치하고 사랑하고 순명하는 것 (포콜라레운동 창설 80주년 감사미사 강론)
   2023/12/12  15:38

포콜라레운동 창설 80주년 감사미사

 

2023년 12월 9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중강당

 

찬미예수님, 12월 7일 맞이한 포콜라레운동 창설 8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에는 1969년에 들어와서 2019년에 한국포콜라레운동 50주년을 지냈고, 2020년에는 끼아라 루빅 탄생 100주년을 지냈습니다.

 

이번에 포콜라레운동 80주년을 살펴보다가, 그 출발을 1943년 12월 7일로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1920년 1월 22일 이탈리아 트렌토에서 태어나 23살의 나이가 된 실비아 루빅이, 작은 수도원에서 고해신부의 미사성제 안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찾아가 ‘저는 하느님을 원합니다!’라고 한 글라라 성녀를 본받고자 이탈리아 발음을 따라 끼아라라는 이름을 택하여 종신 서원을 했던 날입니다.

 

일찍이 키아라는 열 여덟살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본당신부를 도와 어머니처럼 마을 사람들을 돌봤고, 1939년에는 로레토 성지 순례에서 성가정이 머물렀다는 작은 집에서 눈물과 관상과 기도로 예수님, 마리아, 요셉과 함께 하는 공동생활을 체험하였는데, 수도성소, 혼인성소, 동정성소가 아닌 네 번째의 길, 곧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가정을 이루는 길’에 대한 소명을 느낀 것입니다.

 

종신서원을 하기 직전 어느 몹시 추운 날, 어머니가 동생에게 우유를 사 오라고 하시는 데 동생이 가기 싫다고 하자, 끼아라는 공부하던 책을 덮고 동생을 대신해 심부름을 가는데요, 이렇게 형제를 사랑하는 구체적 행위에서 기쁨을 느끼고, 또 ‘하느님께 너를 봉헌하여라.’라는 부르심을 느낍니다. 그저 ‘네’라고 응답한 키아라는 계획도 없었지만 하느님을 믿고 고해 신부에게 종신 서원을 하게 해 달라고 청했던 것입니다.

 

1943년 12월 7일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한 키아라는,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 속에서 어떤 폭탄도 무너트리지 못하는 하느님이라는 이상을 발견하게 되었고, 함께 모여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면서 촛불을 켜고 말씀을 묵상하셨는데, 그들의 집은 후에 벽난로 포콜라레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라도 세례의 3가지 직분 곧 기도의 사제직, 애덕실천의 왕직, 말씀선포의 예언직을 받는데요, 키아라와 친구들은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실천하는 신앙을 지니고 늘 기쁘게 살아가며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영성적이고 대중적인 여러 운동을 발전시켜 갔습니다. 한때 오해와 해체의 위기 맞았지만 키아라는 1952년 당부하기를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교회에 순명하십시오.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이의 일치를 통해, 또 교회와 이루는 일치를 통해 이상을 이 땅에 번져 나가게 될 것이고 이는 사랑의 침투자가 될 것입니다.’하였습니다. 회원들은 아마 잘 아시겠죠?

 

이번에 특별히 제게 와 닿은 장면이 둘 있습니다. 제가 느낀 첫째는 종신 서원이 있기 전에, 동생이 가기 싫다고 할 때 우유를 사러가는 사랑의 실천 속에서 키아라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꼈던 장면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사랑과 신앙을 실천하는 바로 그 자리에 하느님은 늘 함께 하시고 나아가 당신 소명으로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해체의 위기 속에서도 교회와 일치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순명하라고 당부하는 장면입니다. <일치하고 사랑하고 순명하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에는, 사실 겟세마니 같은 고통체험을 전제하기에 참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우리 자리에서 일치와 사랑과 순명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21)하십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과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와 이웃 형제 관계에서 일치와 사랑과 순명을 실천하면서, 앞으로 포콜라레운동 90주년, 100주년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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