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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간절히 바랐다 (주님 만찬 미사 강론)
   2024/04/02  9:23

주님 만찬 미사

 

2024년 3월 28일, 제2대리구청 경당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하느님 백성의 전례 교육에 관한 권고 <나는 간절히 바랐다>(Desiderio desideravi, 약어 DD)를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루카복음의 최후의 만찬 도입부의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루카 22,15)라는 예수님 말씀에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DD2). 사실 모든 창조와 역사는 최후의 만찬을 향한 준비였으며, 파스카 만찬은 구원 역사 그 자체가 드러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구원의 선물이 주어졌으며, 소수의 사도들만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선물은 사도들에게 맡겨져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DD3).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파스카의 어린양으로 정확히 인식하시면서 모든 이를 만찬에 초대하셨습니다(DD4).

 

이렇게 특별하여 역사적으로 단 한번이고 되풀이될 수 없는 최후의 만찬이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와의 친교를 끝없이 열망하시기에,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성찬례 거행 안에서 최후의 만찬은 계속됩니다.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음을 고백하면서도, 주님의 말씀으로 치유 받고, 영성체로 힘을 얻어, 다른 이를 혼인 잔치에 복되게 초대하는 선교사가 됩니다(DD4.5).

 

사실 빵을 떼어 나눔은 십자가를 의미하며, 이는 아버지를 향한 순종의 희생 제사입니다. 최후의 만찬에 참석해야, 그때 말씀하신 ‘몸을 내어주고’ ‘피를 흘리는 것’의 의미를 십자가에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DD7). 그리고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명령에 따라 성찬례를 거행하는 곳에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DD8).

 

사제는 성품성사 안에서 받은 성령의 은총으로 전례 거행에 특별히 참여하며 살아갑니다. 사제는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을 이끌고 집전하면서 양성됩니다(DD56). 성품 봉사자는 자신의 몸짓과 말로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우리와 함께 파스카 음식을 드시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그 열망을 마땅히 느끼게 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분이 바로 주인공이시기에, 사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주님의 친교의 열망을 강력히 드러내야 합니다. 성찬례를 집전하는 것은 하느님 사랑의 용광로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제는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예수님의 마음을 신자들에게 전합니다. 주님께서 세상에 지르러 오신 사랑의 불이 계속해서 타오르게 하는 것입니다(DD57).

 

사제들은 성령께서 서품 때 그들에게 시작하신 일을 완성하시도록 성령께 협력해야 합니다. 성령의 활동은 사제가 스스로 죄인임을 아는 베드로의 두려움 속에서도, 고통받는 주님의 종의 크나큰 겸손으로, 백성에게 자신을 먹도록 내어주는 성찬례를 집전하게 해 줍니다(DD58).

 

주님의 다스리심은 겸손으로 이루어지기에, 사제는 왕좌에 앉지 않고, 신자들의 관심이 제대를 향하게 합니다. 결국 사제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분의 열망을 살도록, 전례 거행 행위 안에서 계속 양성됩니다(DD60).

 

그리스도 신자의 삶도 끊임없는 성장의 여정입니다(DD62). 공동체는 하느님의 선물인 주일 성찬례를 통하여 양성될 수 있습니다. 영성체 친교는 우리의 삶이 형제적 친교 안에서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희생제물이 되게 합니다. 주님께서 계속하여 우리와 함께 파스카 음식을 드시기를 열망하시니, 우리를 돌보아 주시도록 그분께 우리를 맡겨드리도록 합시다(DD65).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