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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믿는 이는 용서받게 되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강론)
   2024/04/03  9:32

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

 

계산주교좌성당, 대구가톨릭요양원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파스카 성야 빛의 예식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노래하였습니다. 파스카 찬송에서는 아담이 지은 죄를 ‘복된 탓’으로 부르며, ‘그 탓으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종을 속량하시려 아들을 내어 주시는’ 놀라운 사랑을 찬송하며,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였습니다.

 

파스카 성야에서는 7개 구약 독서를 들었습니다. 저는 5독서 이사야서 55장 7.8절, ‘그분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신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용서입니다. 사도행전은 부활의 핵심을 잘 요약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나무에 매달아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사흘 만에 일으키시어, 그분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게 되었다.’입니다. 또 용서입니다.

 

그렇습니다. 주간 첫날 새벽 예수님의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베드로와 요한에게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고 전합니다. 두 제자는 급하게 달려갑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부활을 믿게 되었습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빈 무덤에 천사가 나타나 ‘놀라지 말라.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하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먼저 갈릴레아로 가실 터이니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이라고 전합니다.

 

한 처음 천지창조 후 아담이 죄를 지어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구원하실 계획을 세우시고 먼저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구약의 파스카 예식에서 어린양의 희생으로, 홍해바다를 건너며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주님을 남편으로 하는 영원한 계약을 맺고 주님의 빛을 따라 살기로 합니다. 그러다가 때가 충만하게 되자, 하느님은 인류가 죄를 용서받도록 아드님이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또다시 용서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단 1번 목숨을 바치셨지만, 십자가의 구원 효과는, 오늘날에도 전례와 성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스카 성야는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서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향해 부활할 수 있도록 세례 성사를 거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입니다.

 

그러므로 세례 받은 우리는 로마서 말씀처럼, ‘예수님께서 죄와 관련하여 단 1번 돌아가시고, 하느님을 위해 사셨기 때문에, 우리도 죄에서는 죽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아야’ 하겠습니다.

 

네,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을 감히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하게 됩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구절은, 세례로 죄를 용서받은 우리도 이웃을 용서하겠다는 결심의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 인류의 용서를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 바치시기로 이미 결심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세례로 용서받고 기뻐하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가 용서받도록 목숨을 바치셨음을 생각하며, 이웃을 용서해야 하겠습니다. 용서는 힘이 듭니다. 용서가 힘들기 때문에, 용서했을 때 누리는 평화와 기쁨도 큽니다. 그러므로 올해 부활에는 용서받은 기쁨과 함께 용서하는 기쁨도 한껏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부활의 큰 기쁨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알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