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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의 힘으로 아빠! 아버지! (범물성당 사목 방문 미사 강론)
   2024/05/29  9:9

범물성당 사목 방문

 

2024년 5월 26일

 

찬미 예수님, 세상 끝날까지 성령을 통하여 언제나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오늘은 삼위일체대축일입니다.

 

세상에는 사랑에 대한 많은 노래가 있습니다. 또 사랑에 대한 많은 시도 있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사랑을 찾고 있지만, 이 사랑의 갈망은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사실 고백록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은 인간이 당신을 향해 살아가도록 만드셨기에, 하느님 안에 쉬기까지 우리에게 참된 안식은 없나이다.’ 고백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삼위일체는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으로 구별되지만 단 한 분이신 하느님을 말합니다. 먼저 삼위일체의 내적 신비는 하느님 사랑의 내적 흐름입니다. 성부 하느님은 사랑으로 성자 하느님께 당신의 모든 신적 능력을 주셔서 존재하게 하셨고, 그리고 성부와 성자 사이에 주고받는 사랑이 뭉쳐져서 새로운 위격이 되셨는데 바로 성령 하느님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신적 본성을 똑같이 가지셨지만, 위격은 서로 다른 세 위격이라 삼위일체이십니다.

 

그리고 삼위일체 외적 신비는 구원역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드러나신 하느님 사랑의 흐름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되어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조는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세상은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여 좋게 창조되었습니다. 범죄 이후에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위하여 우리 구원을 위하여 성자를 강생케 하셨습니다. 성자는 성부께 대한 순명과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십자가 희생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 하셨습니다. 성자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다음, 미리 약속하신 성령이 오셨는데, 성령을 받으면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세례는 하느님께 자연적 사랑 곧 흙, 물, 불, 공기, 생명, 존재, 음식 같은 자연적 선물을 받는 단계에서 초자연적 사랑을 받는 단계로, 곧 창조주-피조물 관계에서 아버지 아들 관계가 되어,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름답고 선하게 창조하신 자연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자연적 사랑을 느꼈다면, 세례성사로 구원 은총을 받아들인 신자는, 영원한 생명과 천상 행복이라는 초자연적 사랑을 받게 됩니다. 지상에서 어렴풋하게 하느님을 뵈었다면 천상에서는 하느님을 마주 뵙는 지복직관의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봉헌기도가 있습니다. 바쳐보겠습니다. “하느님, 저를 사랑으로 내시고, 저에게 영혼 육신을 주시어, 주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도우라 하셨나이다. 저는 비록 죄가 많사오나, 주님께 받은 몸과 마음을 오롯이 도로 바쳐,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아멘.” 이 기도문은 ‘우리가 사랑으로 창조되었기에,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드리오니’라는 부분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도 떠오르게 합니다.

 

2독서 말씀처럼, 우리는 세례를 받고, 성령의 힘으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며, 삼위일체의 사랑의 흐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름 부음을 받은 그리스도인로서, 하느님 사랑에 불타는 영혼이 되었으니, 그리스도께서 성부에 대한 순명과 인간에 대한 사랑에 오롯이 헌신하셨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천상본향을 향한 순례길에서, 말씀과 성체와 성령으로 힘을 얻어 꾸준히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나아가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