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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솔한 회심으로 화해와 일치를 향해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강론)
   2024/06/26  13:20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2024년 6월 25일, 계산 주교좌 대성당

 

찬미 예수님. 오늘 6월 25일은, 625전쟁일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625전쟁은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발발되어 3일 만에 서울을 뺏기고, 두 달여 만에 낙동강 전선 남쪽인 대구, 부산 지역을 제외하고 국토를 상실하였습니다. 이때 많은 피난민들이 대구 성모당에서 기도하였습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10월에는 평양을 수복하고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진격하였다가, 1950년 11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12월에는 유엔군이 북한지역에서 철수하고, 1951년 1월 4일에는 정부가 서울에서 철수하였고, 1951년 7월 개성에서 휴전회담 시작, 1951년 10월부터 판문점으로 휴전회담 장소이전하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발발에서 휴전까지 3년 1개월간 지속된 625전쟁으로 한국 군경 63만명, 유엔군 55만명이 전사 실종되었고, 북한군 80만, 중공군 123만명 등 군인만 322만명이 사상하였고, 전쟁피해자가 천만 명이니, 당시 2천만 인구의 1/2이 전쟁의 고통을 겪은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도 세계는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가자지구 전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여러 차례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호소하셨으며, 2022년 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는 로마 스페인 광장의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다가 목이 메어, 30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4년 4월에는 하마스에게 가족이 인질로 잡혀간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 위로 하셨습니다.

 

한국 주교회의도 세계 평화를 위하여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구축하자고 촉구하고 있으며, 특히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는 <저희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어, 이 시대에 하느님의 평화를 주소서.>라는 제목 아래에, ‘화해의 직분을 가진 교회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굳게 믿기에, 결코 희망을 잃지 않으며, 겸손한 마음과 진솔한 회심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 메시지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시몬 주교님은, 회심이 있어야 화해가 되고, 화해가 되어야 일치를 이룰 수 있기에, 화해와 일치에 앞서, 먼저 회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렇게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회심이라는 표현을 접하고 보니, 마태오 복음 5장 44절 예수님의 가르침,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가 생각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불편한 이웃들과 얼마나 평온하게 지내고 있는지, 그들과 화해하고 일치하는 출발점인 회심은 잘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주여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하시고, 마지막에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인류의 죄를 용서 받게 해주시려고, 평화의 임금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뒤따라, 우리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가득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처럼 내 주변부터 평화를 이룩하는 평화의 도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기도와 노력이 합하여져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전쟁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위해, 또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면서, 우리가 평화의 도구가 되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