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 (포콜라레 경주 마리아폴리 개막미사 강론) |
2024/07/22 9:21 |
포콜라레 경주 마리아폴리 개막미사
2024년 7월 19일
찬미예수님, 2024년 여름 경주 마리아폴리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었는데요. 바리사이는 이를 두고 예수님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단죄했습니다.
안식일은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께서 6일 동안 창조의 일을 하시고,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는 내용에서 유래합니다. 탈출기 20장 8에는 하느님께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뜻은, 이 세상을 선하게 좋게 창조하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6일간 수행했던 먹고 살기위한 생계 노동에서 벗어나, 안식일 하루 동안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거룩하게 휴식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노동으로 간주되는 일부 지역에는 안식일 전용 승강기가 있어서, 모든 층에 차례차례 다 멈춥니다. 정통파에서는 이런 승강기조차 안식일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율법해석을 내놓아 고층에 사는 정통파 유다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제사 빵을 먹었다는 사무엘기 상권 21장을 언급하셨는데요. 거기서 아히멜렉 사제는 하느님께서 즐겨 받으시는 희생 제물은 인간을 돕는 자비임을 확신하고 제사 빵을 너그러이 나눠주었던 것입니다. 사실 율법 해석에는, 안식일에 승강기 버튼을 누르는 것은 노동이지만, 빵을 떼어 먹는 것은 생존에 관한 행동으로 안식일에 금지된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 율법을 언급하시고,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고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은 더 큰 성전이시며, 제자들은 성전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제들이 됨을 밝히셨습니다.
예수님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는 말씀의 뜻을 알았더라면 죄 없는 제자들을 단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시며, 사람의 아들이며, ‘안식일의 주인’으로서, 사람들이 율법이라고 해석하고 덧붙인 것을 파기하시고,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밀 이삭 장면에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신 장면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어도 되느냐’고 부추기는데요. 예수님은, ‘어떤 이에게 양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양이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다면 끌어내지 않겠느냐?’고 하시며, 병자를 치유해 주십니다. 과연 예수님은 안식일의 주인답게 자비와 치유를 실천하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는 율법이 아니라 복음을 따라서 살고, 더 이상 안식일이 아니라 주일을 거룩하게 지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 말씀하신 자비와 치유를 기억하며, 오늘부터 또 이번 경주 마리아폴리부터, 더 자비롭고 더 너그럽고 더 여유로우면 좋겠습니다. 오늘 개막하는 마리아폴리가 예수님의 품안에서 충만함을 채우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