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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현존의 빛을 (도량 성당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 강론)
   2016/09/26  17:18

도량 성당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


2016.9.25. 도량 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도량성당 설립 20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하신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구미 도량 성당 설립 20주년은 1996년 8월 30일부 교구 사제 인사 발령으로 도량 성당을 신설하고 초대 주임으로 박수태 비오 신부님을 임명한 것에서 비롯합니다. 본당 사목구를 담당할 사제의 임명이 본당 설립의 핵심입니다. 한국 초대 교회에는 일 년에 몇 차례 사제가 방문하여 미사를 거행하고 각종 성사를 집전하는 공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소에 사제가 상주하게 되면 본당으로 승격됩니다. 사제가 방문하고 떠나가는 공소와 달리 본당에는 사제가 상주하기에, 성체 감실을 설치할 수 있고, 신부님과 함께 성사 생활, 기도 생활, 영성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사제는 성품성사의 힘으로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강생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치유와 용서의 사명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셨고, 당신 십자가의 구원 능력이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각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라셨기에, 수난하시기 전날 최후의 만찬 때에 성체성사와 함께 성품성사를 친히 제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사제의 직무수행으로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이 가능해졌습니다. 사제는 성사 집전을 통하여 예수님의 현존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직무를 수행합니다.

 

본당 공동체에서 신자들은 세례 성사의 능력으로 “살아 있는 돌”(1베드 2,5)이 되었고 함께 모여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 6,16)을 이루게 됩니다(교리서 1179 참조).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 참조) 약속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드러냅니다.

 

성당 건물은 거룩한 장소입니다. 성당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현존하심을 드러내고, 전례와 성사 집전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기에,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도달할 아버지의 집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성당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영원한 생명에로 넘어감을 상징합니다(교리서 1186 참조).

 

그리스도 신자들도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냅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궁전이 된 신자들은, 세례의 사제직으로 기도하고, 세례의 왕직으로 봉사하고 섬기며, 세례의 예언직으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식당에서 비신자들 앞에서도 식사 전 기도를 바치며 십자성호를 당당하게 긋는 신자들과, 밀레의 만종 그림처럼 성당 밖에서도 종소리에 일어서서 삼종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은 하느님 현존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밝히는 것입니다. 덧붙여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식사 전 기도도 잘하고 삼종 기도도 잘 바치는 우리 신자들은 뒷담화도 삼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도량성당 설립 20주년을 축하하면서, 우리 자신을 잘 가다듬도록 합시다.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삶의 순간마다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신앙생활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우리 모두 힘껏 노력합시다. 나의 신앙생활을 통해 이 지역에 하느님 현존의 충만한 빛이 환히 빛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