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보좌주교 말씀
제목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강론)
   2016/12/27  11:21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

 

2016년 12월 24일, 전인병원

 

찬미예수님,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에 참석하신 전인병원 환우와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2,1-14)에서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호적 등록을 하러 모두가 자기 본향으로 가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요셉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고을로 갔는데요. 여관에 자리가 없어서 마리아는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나,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하고 말합니다.

 

표징이 무엇입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표징입니다. 카네이션은 '부모님, 사랑합니다.'라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표징입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선물하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표징에 담겨 있는 의미가 전달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목자들에게 표징을 이야기 합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표징이다.'라고 합니다. 같은 문장에서 천사는 '오늘 너희를 위한 구원자가 태어나셨다.' '그 구원자는 주 그리스도이시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를 위하여, 구원자 주 그리스도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낮은 자리로 내려오셨음이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아기의 정체를 살펴봅니다. 입당송은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하며 아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밝힙니다. 본기도는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아기로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제1독서는 '아기의 어깨에 왕권이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다.'고 밝힙니다. 제2독서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어,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의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다.'고 밝힙니다.

 

오늘 복음과 제2독서의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서술해 본다면, "(2016년에 우리가)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시려고, 각자의 (세례를 통하여) 모든 불의에서 해방되고 또 깨끗하게 되도록, (당신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려고, 오늘 (성탄에) 우리를 위하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낮은 자리로 내려오셨는데, 이것이 표징이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를 위하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바치시려고, 미리 우리를 위하여 구원자로 태어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뜻을 위하여, 자신의 계획을 위하여, 자신의 포부를 위하여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버지 뜻으로 십자가에서 우리 인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시려고, 또 그 길을 걸으려고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것도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사람을 사랑하여 목숨 바치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라고 한다면, 예수님의 탄생은 그 십자가 희생을 위하여 미리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 안으로 들어오시는 우리를 위한 사랑의 표징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구원과 성탄이라는 사랑의 표징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분명하게 밝혀졌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탄생을, 이 사랑을 벅차게 맞아들이도록 합시다. 하느님께 드릴 우리의 첫째 응답은, 세상에 오신, 내 마음의 구유에 오신, 예수님을, 그 사랑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 대림 시기 동안 마련한 제 마음의 구유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맞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