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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비가 되고 우산이 되어 (사제 성화의 날 미사 강론)
   2019/07/01  11:15

사제 성화의 날 미사

 

2019. 06. 28. 예수성심대축일, 성모당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대축일’이며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성심을 공경하고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주님의 은총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오늘 ‘사제성화의 날’을 맞이하여 저를 포함하여 우리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본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교구는 사제성화의 날 행사를 몇 년 전부터는 교구와 대리구가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각 대리구별로 하는 해라서 대리구에 속해있지 않은 특수사목 사제들만 오늘 성모당에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본당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늘 인식하면서 기쁘게 사목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수성심’은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인데 그것은 한 마디로 겸손함과 온유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우리 신부님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사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5,3-7)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온 들판을 헤매는 목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잃어버린 양 한 마리보다는 잃어버리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사실 한 마리만 잃어버렸겠습니까! 수많은 양을 잃고 있는데도 손을 못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한 마리의 양도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귀하게 대하는 목자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더 이상 양을 잃어버리지 않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는 기해박해가 일어난 지 18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3위 성인 중에 기해박해 순교자가 70분이 계십니다. 거의 2/3를 차지합니다.
대구의 순교 복자 20위 중에서 세 분이 1839년 기해년에 순교하셨습니다. 이재행 안드레아, 박사의 안드레아, 김사건 안드레아가 그분들입니다. 이분들은 1827년 정해박해 때 체포되었지만 사형집행이 늦어지면서 12년 동안이나 경상감영 옥에서 옥살이를 하시다가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그 해  5월 26일 대구 관덕정에서 참수형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기해박해 때 돌아가신 성직자는 세 분입니다. 조선교구 제2대 교구장이신 앵베르 범 주교님과, 모방 신부님, 그리고 사스탕 신부님이 그분들입니다. 모두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사제들입니다. 이분들은 기해박해로 인해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고 순교를 하게 되니까 더 이상 신자들을 잃지 않기 위하여 자수를 하십니다. 결국 이 세 분의 선교사들은 1839년 9월 21일 한강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 형을 받고 순교하셨습니다.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아버지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아버지 성 김제준 이냐시오도 기해박해 때 순교하셨습니다. 이분들은 아들을 멀리 마카오에 유학 보내놓은 상태에서 체포되어 순교하신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마카오에서 한창 공부하고 있는 중에 부모님이 순교하셨다는, 고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그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은 이렇게 엄청난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인내하며 결국에 공부를 마치고 사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가 되어 불과 1년 만에 체포되어 순교를 하셨고, 최양업 신부님은 12년 동안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상도의 수많은 교우촌을 찾아다니며 사목을 하시다가 과로와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님은 ‘피의 순교자’요, 최양업 신부님은 ‘땀의 순교자’라 부르고 있습니다. 2년 후면 이분들의 탄생 200주년이 됩니다. 이분들의 모범을 우리 신부님들이 따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대건 신부님에게 사제서품을 주셨던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고 주교님께서 ‘기해박해 순교자들의 행적’이라는 책을 저술하셨는데, 그 마지막 문장이 이렇게 끝납니다. “제 인생도 이들처럼 마치기를 바랍니다.” 우리들도 페레올 주교님과 같은 마음이길 바랍니다.
 
지난 6월 15일에 군위에 있는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에서 성모상과 천사상 및 십자가의 길 십사처 축복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축복식 전후로 ‘밥처럼 옹기처럼’이라는 뮤지컬도 상영되었습니다. ‘밥처럼 옹기처럼’ 이라는 제목이 추기경님의 인품을 잘 드러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들도 ‘밥처럼 옹기처럼’ 소박하고 따뜻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군위에 있는 ‘김수환 추기경 전시관’ 앞마당에는 옹기들이 놓여있습니다. 그 옹기들을 들어 올리면 추기경님의 글이 나옵니다. 그 글 중에 ‘우산’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를 마지막으로 묵상할까 합니다.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을 더 이상 펼치지 않는 일이다.
?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 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 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 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 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서로에게 단비가 되고 우산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신부님들을 돌보아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시기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