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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삶의 종착지를 보여주신 성모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20/08/18  9:50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2020. 08. 15. 소화성당

 

찬미예수님!

2012년 10월에 소화본당 40주년 겸 견진성사를 위하여 제가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 8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 같습니다.

‘성모승천대축일’이 되면 통상 주교는 주교좌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데, 올해는 특별히 소화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 교구청 신부님들 회의 중에 어느 신부님이 “이번 성모승천대축일에는 소화성당에 가시지요.”하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제안을 듣고 ‘그래. 이번에는 소화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자.’하고 마음을 먹게 되어 이렇게 오늘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된 것입니다.

요즈음 어려움이 많지요? ‘코로나 19’ 때문에 힘드신 것은 물론이겠습니다만, 이곳에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성당 이전 문제와 보상 문제가 발생하였고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과 어려움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주교로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도희찬 신부님과 사목위원 여러분들이 열심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여러 교우들이 기도드리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고 성모님께서 보호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역사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아주 기쁜 날입니다. 오늘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35년간의 일본강점기에서 벗어난 ‘광복절’이면서, 성모님께서 지상생활을 마친 다음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나라에 오르신 ‘성모승천대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는, 성모님에 대한 네 가지의 ‘믿을 교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모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것입니다. 구세주를 낳으실 분이시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태어날 때부터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리인 것입니다.

둘째는,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성자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시기 때문에 성모님은 비록 인간이시지만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교회가 부여한 것입니다.

셋째는, ‘성모님은 평생 동정이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실 때는 물론이요 그 후에도 성모님께서는 평생 동정이셨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성모승천’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하늘로 불려 올라가셨다는 것입니다.

성모승천에 관해서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오랜 세기 동안 있어왔던 전승입니다. 그러나 믿을 교의로 선포된 것은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께서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이라는 회칙을 발표하심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

성모승천은 곧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는 성모승천을 ‘성모몽소승천’(蒙召昇天)으로 표현하였었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이 하느님께 온전히 받아들여졌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맡기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온전히 참여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이르시기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으신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루카 1,39-56)에서도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이렇게 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2-43)

엘리사벳은 이처럼 성모님을 ‘주님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성모님은 ‘성부의 딸이며 성자의 어머니시고 성령의 배우자’라고 하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계시는 성모님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모님을 하느님께서 그냥 지상에 두시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면 이 성모승천 교의가 우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성모 승천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의 구원과 그 충만함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신앙고백’을 통하여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고 하는데, 우리의 이 근본적인 희망이 마리아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몇 년 전 성모승천대축일 삼종기도에서 말씀하시기를, “성모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것은 우리 삶의 종착지가 (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임을 보여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성모승천대축일은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광복절 이상으로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본 압제에서 해방된 지 75년이 되는 날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풀리지 않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문제에 이어 작년부터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남북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이 정부 들어와서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 가졌고 북미 정상회담도 세 차례 가졌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질 않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매일 밤 9시에 주모경을 바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모두가 더욱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작년 10월에 교구 평신도위원회와 함께 중국 하얼빈 역에 있는 안중근 박물관에 갔다가 거기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하얼빈 공원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 공원 가운데에 비석이 하나 있는데 그 비석에는 안중근의 유묵 중의 하나인 ‘靑草塘’(청초당)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청초당(靑草塘)은 안중근 의사(1879∼1910)께서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그해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바로 전인 3월 24일에 쓴 마지막 유묵(遺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초당(靑草塘)이란 말은 ‘못가에 파란 풀이 돋아난다.’ 혹은 ‘파란 풀이 돋아나는 못둑’ 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암울한 일제치하에서도 못가에 봄풀이 돋아나듯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독립하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염원을 담은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 시기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성모님처럼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믿으며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간다면 분명히 좋은 날이 곧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우리 민족과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녀 소화 데레사여, 저희와 저희 소화성당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