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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봄의 문화, 평화를 이루는 길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21/01/01  16:42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2021. 01. 01. 주교좌 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주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은 성탄 팔일 축제 마지막 날이며 새해 첫날이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며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인 민수기 6,22-27을 보면,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 하여금 이런 말로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24-26)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새해 아침에 저도 여러분들에게 축복합니다. ‘축복한다.’는 말은 ‘복을 빌어준다.’는 말입니다. 복은 혼자 갖는 것이 아닙니다. 복은 서로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복 많이 받아라.’고 인사를 나눌 때 대부분 ‘재물 복’이나 ‘건강 복’ 같은 세상 복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참된 복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고 하느님 은혜 속에서 사는 것, 그리하여 장차 하느님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사는 것일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성경말씀대로 지금 옆 사람한테 이렇게 복을 빌어주십시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지난 2020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습니다. 2020년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범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입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사순절과 부활절에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드리지 못하였는데 이번 성탄절에도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도 온라인 영상으로나마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 레드(Corona Red)’ 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로 인해 생기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말하는 것이고, ‘코로나 레드’는 우울감을 넘어서 분노로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참으로 우리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생활과 기도생활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이것도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성당에도 가지 못하시고 집에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이 온라인 미사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이 미사를 통해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들에게 내리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많이 겪었습니다. 한 예로, 호주에 가뭄으로 인한 산불로 우리나라 남한의 면적 크기의 숲과 마을들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또 한편 반대편에서는 폭우와 태풍으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지난여름 중국 중남부에 내린 비로 우리나라 인구수와 비슷한 55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해는 증오와 분열로 인해 혼란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미국의 인종차별과 시위사태, 홍콩사태, 그리고 우리나라의 끊임없는 여야의 갈등과 불열 현상 등,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지난 한 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최저의 출산, 최저의 혼인, 최고의 사망자를 기록하는 한 해였습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어떤 시골동네 어르신분이 한 해를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쓴 손 팻말을 들고 계시는 모습을 실은 것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2020년, 잘 가래이. 다시는 오지 말거래이.”

이 말 한 마디가 지난해가 참으로 힘들었구나 하는 느낌을 다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21년에도 코로나19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절망하거나 두려워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 힘들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새해에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축복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듯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고 지켜 주실 것입니다.’(민수 6,24)

 

오늘 복음(루카 2,16-21)을 보면, 밤새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목동들이 천사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에 찾아와서 새로 태어난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고 경배를 드린 다음 자기들이 들은 것을 아기의 부모에게 전해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들 안에 오셨고 우리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2독서인 갈라티아서 4,4-7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듯이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상속자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성탄을 기뻐하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모님께 감사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성모님께서 지극한 믿음과 순명으로 주님을 낳으셨고 우리들로 하여금 주님을 만나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기도에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드렸습니다.

“하느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출산을 통하여 인류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베푸셨으니, 언제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는 성모 마리아의 전구로 저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게 하소서.”

이 기도문 안에 오늘 축일의 의미가 다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하느님 말씀을 따라’ 열심히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제54차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담화 서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류의 길을 얼룩지게 한 이러저러한 사건들은, 형제애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 됩니다.”

교황님께서 ‘돌봄의 문화’를 실현하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지난 10월 4일에 발표하신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과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회칙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해 전쟁과 빈곤, 이주와 기후변화, 경제위기와 전염병으로 점철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인정하고, 형제애와 연대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실현하는 일이 참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교황님의 이번 ‘세계 평화의 날’ 담화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모든 이의 존엄과 선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참여하는 공동 투신입니다. 또한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가짐, 연민과 화해와 치유의 마음가짐, 상호 존중과 환대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러한 돌봄의 문화는 평화 건설을 위한 특권적인 길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을 치유하도록 이끄는 평화의 길들이 필요합니다.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모든 형제들 225항)

위기의 폭풍우에 흔들리는 인류의 배가 그나마 조금 더 고요하고 잔잔한 항로를 찾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인간 존엄을 배의 키로, 사회적 기본 원칙들을 ‘나침반’으로 삼으면, 우리는 안전한 공동 항로로 항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바다의 별이시고 희망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를 계속 바라봅니다. 사랑과 평화, 형제애와 연대, 상호 지원과 환대의 새로운 전망을 향하여 전진할 수 있도록 다 함께 협력합시다. 다른 이들, 특히 가장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게 만드는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시선을 돌려 외면하는 데에 익숙해지지 맙시다. 반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돌보는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형성을 위하여 날마다 구체적으로 노력해 나갑시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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