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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성탄대축일 밤 미사 강론)
   2021/12/28  9:45

주님성탄대축일 밤 미사

 

2021. 12. 24. 20:00 범어대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구세주로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과, 또 이 나라와 온 세상에 가득하시길 빕니다.

 

지금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온 나라와 온 세상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순절과 부활절, 그리고 성탄절에도 신자들과 함께 하는 대면 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계산성당에서 유튜브로 미사를 생중계했었습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곧 물러가고 머지않아 일상을 회복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이런 상태가 2024년까지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당국의 방역방침에 따라 제한된 인원이지만 이렇게나마 성당에 모여 주님성탄대축일 미사를 함께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주님의 은총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루카 2,1-14)을 보면 목자들이 들판에서 밤새 양떼를 지키고 있는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10-12)

그래서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가서 새로 태어난 아기를 찾았는데 과연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에 나와 있듯이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 예수님께서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는데 쉬실 자리가 없었습니다. 요한복음서에 나오듯이 그분께서 당신 나라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맞아들이지도 않았던 것입니다(요한 1,11 참조) 단지 밤새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만 그분을 알아 뵙고 찾아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이 시대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과연 쉬실 곳이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분을 알아 뵐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추지 않으면 그분을 알아 뵙기가 어렵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요즘 한 8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대선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비평가들이 이번 대선을 ‘비호감 대선’이니 ‘비토 대선’이니 하는 말들을 합니다. 도덕성 논란이 어느 때보다 심합니다. 그래서 투표를 하기는 해야 할 텐데,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날 민주사회에 있어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이나 능력만이 아니라 도덕성과 포용성, 그리고 겸손함을 갖추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영성을 새롭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루카복음 1,26-38에 ‘예수님 탄생 예고’ 기사가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라고 시작합니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는데, 천사가 마리아의 집에 들어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성모송의 시작 부분이지요.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라고 있는데 천사가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입니까! 그래서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말합니다.

그러자 천사가 친척 엘리사벳의 예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설명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리 천사가 설명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마리아가 그것을 다 이해했을까요? 저는 마리아가 이해를 다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들도 이해가 다 되지 않잖아요. 신앙이라는 것이 머리로써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마리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마리아의 모든 성덕이 담겨있습니다. 마리아의 이 한 마디로 말미암아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시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위대한 자기 비움입니까! 자신을 비워야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들어오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루카 1,39)고 루카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갔다고 하는데, 왜 서둘러 갔을까요? 처녀의 몸으로 애기를 가진 것이 하도 고민스러워 상담하고 위로 받기 위해 갔을까요? 친척 엘리사벳이 늦은 나이지만 애기를 가져 몸 관리를 어떻게 하며 출산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러 갔을까요? 저는 그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잉태한 것이 너무 기뻐서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서둘러’ 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여튼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이렇게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3.45)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주님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으니 행복하십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누구를 믿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믿었다가 황당한 일을 당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야말로 불신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다시 성탄절을 맞이하며 성모 마리아와 요셉 성인이 전해주는 믿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마태오복음 1장을 보면 예수님 탄생 때 요셉의 역할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요셉은 자기 약혼녀가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겠습니까!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 요셉에게 그 아기가 어떻게 잉태되었고 어떤 아기인지 설명을 해줍니다. 그 설명을 듣고 요셉은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던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요셉이고 의로운 요셉이며 믿음직하고 성실한 요셉입니다. 이제 요셉에게는 자기는 없고 오직 예수님과 마리아만 있는 것입니다. 일생을 주님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마리아와 요셉의 믿음과 겸손과 성실함 속에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오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도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모범을 따라 삶으로써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탄생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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