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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로 사랑하여라 (샬롯 한인공동체 견진성사 강론)
   2022/06/07  11:39

샬롯 한인공동체 견진성사

 

2022. 05. 22. 부활 제6주일

 

제가 사제가 된 지 10년이 되었을 때 안식년을 신청하였더니 주교님께서 미국 샬롯에 가라고 해서 1991년 11월 말에 이곳에 왔었습니다. 원동수 신부님의 후임으로 왔었는데 며칠을 같이 지냈었습니다. 그 당시 마침 ‘Thanks giving day’를 맞아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칠면조 고기를 생전 처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1993년 7월경에 샬롯을 떠났습니다.

그 후 2010년 7월에 샬롯 한인공동체 30주년 때 방문했었는데, 벌써 그것이 12년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제가 아는 분들 몇 분이 그동안 돌아가셨더군요. 그래서 어제 공원묘지에 가서 그분들이 묻혀 계신 곳을 찾아 뵙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2년 전이 샬롯 한인본당 40주년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제대로 못 하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가 많이 숙졌습니다만 백신이 개발되기 전인 2년 전에는 피해가 상당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원을 하고 돌아가시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신자들 중에서도, 그리고 신자들의 가족들 중에도 하느님 나라로 가신 분들이 더러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을 이 미사 중에 기억하고 그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아직 펜데믹이 끝난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 미주지역에서 사목하고 있는 대구대교구 신부님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샬롯 한인 공동체를 다시 방문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주 하느님과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이분들에게 미리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과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이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확고하게 변화시켜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인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되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확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은혜를 받으시고 모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단단한, 그야말로 성숙한 신앙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시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게 전할 수 있고,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주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요한 14,23-29)은 예수님께서 최후만찬 중에 세족례를 하시고 난 뒤에 하신 첫 번째 고별사 중의 한 부분입니다.

이 고별사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령을 보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이고 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입니다. 예수님은 이 사랑을 외치다가 돌아가신 분이십니다. 사랑을 가르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도 요한이 임종하기 직전에 제자들과 신자들이 찾아와서 마지막으로 들려줄 가르침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녀들이여, 서로 사랑하여라.”

그랬더니 신자들이 그것 말고 다른 가르침은 없느냐고 다시 묻자, 요한은 “그것으로 족해.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유언으로 주신 계명이니 그것으로 족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더 나아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우리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어떻게 명령까지 하시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부도 주교도 아무 쓸 데가 없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말입니다.

오늘날 이 사회가 얼마나 갈등과 다툼이 많고 혼란과 싸움과 폭력과 전쟁이 많습니까! 사랑이 없거나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것입니다.

견진성사를 받으면 세상에 나가서 주님을 증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주님을 증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주님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증거입니다만,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주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6)

‘보호자’라고 번역된 그리스 말 ‘파라클레토스’란 말은 원래 ‘옆에 있도록 불린 자’란 뜻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보혜사’라고 합니다만, 파라클레토스 성령께서는 연약한 우리들을 위해 옆에 있도록 불린 자라는 뜻입니다. 이런 분이 옆에 계시니 얼마나 든든합니까! 파라클레토스 성령께서는 보호자라는 의미 말고도 위로자, 중재자, 협조자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파라클레토스 성령께서는 우리 곁에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위로하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고 기억하게 하는 일도 하실 것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생명이시며 능력이신 이 성령을 오늘 여러분들이 모두 가득 받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