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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노달리따스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방법 (공동체와 구역의 날 미사 강론)
   2022/10/19  11:22

공동체와 구역의 날 미사

 

2022. 10. 15.(토)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기념일, 범어대성당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오늘 오랜만에 ‘공동체와 구역의 날 미사’를 봉헌하는 것 같습니다. 미사 전에 석상희 신부님의 강의가 있었고, 성정하상 본당과 원평본당의 사례 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잘 들으셨습니까?

오늘 함께 하신 모든 본당과 교우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미사를 두 달 반 동안이나 중지하였고, 방송과 유튜브로 미사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성당 좌석수의 20%, 30%, 50% 등으로 오랫동안 미사 참례자 숫자를 제한 받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거리두기 제한이 다 풀렸습니다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미사참례자 수가 다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특히 소공동체와 단체 활동에 많은 지장을 주었습니다. 한참 동안 소공동체 모임도 못했고, 레지오나 다른 단체 모임도 못했습니다. 비록 실내에서는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할 수 있는 모임과 활동은 다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처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개최하는 ‘공동체와 구역의 날’ 행사도 이런 우리들의 노력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코로나19 이전의 신앙생활로 회복하여야 하고, 세상의 복음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습니다.

지난 달 28일에 교구 ‘공동체와 구역위원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거기에 참석하신 몇몇 위원들의 이야기와 건의사항들을 들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본당에서 애쓰시는 모습이 좋아보였고 고마웠습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 중의 하나가, 소공동체 사목 시스템의 본당에는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는 사제 파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또한 그런 사제가 예외적으로 장기간 소공동체 본당에서 사목하는 것을 고려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이고 일리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소공동체 하는 본당에는 소공동체를 하는 신부님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다시 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정하상본당은 설립될 때부터 소공동체 본당으로 출발한 본당인데, 분위기가 침체하는 것 같아서 격려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난 4월 부활 밤에 성정하상성당을 방문하여 부활대축일 밤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에 사목회와 소공동체 대표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성정하상본당은 평신도 중심으로 ‘소공동체 촉진팀’을 만들어 양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주임사제가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소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되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원평본당은 박철 신부님이 부임하시고 난 후 소공동체로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소공동체 연구팀을 만들었고, 그 연구팀이 신자들을 계속 교육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모범 사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성직자 중심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아직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국교회의 장점은 평신도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10월 ‘빛’ 잡지에도 인터뷰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우리 교구 사도직 협조자 양 수산나 여사님, 아시지요? 이분은 영국 스코틀랜드 사람인데, 서정길 대주교님의 초청으로 1959년 12월 8일에 우리나라에 오셔서 봉사하시다가 지금은 노령으로 대구가톨릭요양원에 계십니다.

양 수산나 씨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고 부친이 영국 노동당 정부 시절 외무부 차관까지 하셨습니다. 그런 집안과 학벌을 가진 사람인데 63년 전에 가난한 한국에 와서 사회복지 활동을 하시다가 은퇴해서는 20평이 안 되는 서민 아파트에서 몇 년 전까지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몸이 좀 불편하니까 남한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겠다고 하여 논공에 있는 대구가톨릭요양원에 들어가셨는데, 저를 만날 때마다 아주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양 수산나 씨가 서정길 대주교님께서 초청하기 전에 한국에 오고 싶어 했는데, 그 당시에 왜 한국에 오고 싶어 하셨느냐 하는 것입니다. 양 수산나 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어느 회사에서 인턴을 하는 중에 프랑스에서 개최된 여름 캠프에 참석했는데, 거기에서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한국천주교회사 강의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강의에서 한국 교회가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 스스로 찾아서 시작한 놀라운 교회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때부터 한국에 가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마침 친구인 오스트리아 사람 하 마리아 씨가 서 대주교님 초청으로 한국에 간다고 자기도 초청해 달라고 하여 같이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평생을 사심 없이 헌신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오늘날 이 교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10년 장기 사목계획’에 따라 지난 두 해 동안은 ‘말씀’을 가지고 살았고, 올 대림절부터 2년 동안은 ‘친교’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게 될 것입니다. 이 ‘10년 장기 사목계획’ 을 마치게 되면 2031년이 됩니다.

2031년이 어떤 해입니까? 조선교구 설립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200년 전에 그 당시 조선에 사제가 한 사람도 없었지만,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나 유진길 아오스딩 성인 같은 훌륭한 평신도 분들이 교우들을 지도하면서 수차례 중국 북경을 왕래하였고 편지를 교황청에 보냄으로써 1831년에 조선교구가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개최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년 전 50년이 되었던 2012년에 우리 교회가 ‘신앙의 해’를 지냈던 기억이 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장 큰 소득은 교회가 세상에 문을 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친교의 공동체’라고 천명하였던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듯이, 교회도 섬김과 나눔과 사귐으로 친교를 이루어야 참된 교회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보편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노드의 핵심 단어가 ‘시노달리따스’인데 이 말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뜻합니다. 친교, 참여, 사명이 핵심 주제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소공동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소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교회를 위해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더욱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기념일’입니다. 10월 1일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래서 10월 1일은 통상 ‘성녀 소화 데레사’라 부르고, 10월 15일은 ‘성녀 대 데레사’라고 부릅니다.

오늘 축일인 대 데레서 성녀께서는 갈멜 수녀원에 들어가서 수도회의 발전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많은 반대와 곤경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끊임없는 기도와 대화와 모범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의 맨발의 갈멜 수도회를 이루어 놓았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데레사 성녀처럼 파이팅 하시라고 제가 노래 한 곡 불러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 따라 하시기 바랍니다.

 

“아무 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 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 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성녀 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