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승님의 말씀대로 (1대리구 2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
2023/09/12 10:38 |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3. 09. 07. 1대리구 2지역(고성성당)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교의 해를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 실시하고 있는 이 행사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주교가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와 성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1대리구 2지역으로 고성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에 가톨릭교회 안에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단연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로마 바티칸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5년 12월 8일에 폐막하면서 교황청에 ‘세계 주교 시노드 사무국’이 개설되었습니다. 그것은 공의회에서 결의한 사항이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그래서 공의회 내용과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인 것입니다.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의 특이한 점은 대의원 주교들만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본당과 교구와 나라와 대륙에서 시노드 주제에 대한 논의를 가지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적인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인 셈입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오늘날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만남과 경청과 식별을 통하여 친교와 참여와 사명을 잘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정신을 제대로 살아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의 교회를 이루기 위하여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친교의 해 유인물에도 나와 있듯이, 친교를 굳이 구분한다면, 하느님과의 친교, 이웃과의 친교, 피조물과의 친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모여 미사와 성시간을 가지는 것은 하느님과의 친교를 나누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그리고 회장님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지는 것은 이웃과의 친교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그 어느 때보다도 비가 많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중 폭우로 인해서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폭염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기를, “지금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서 열대화로 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NASA에 근무하는 어느 기후 전문가가 말하기를 “올해가 가장 시원했던 것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말 기후 위기가 심각한데, 세상은, 기업이나 국가나 사람들이나 모두가 과잉 생산, 과잉 소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 받으소서’ 제2탄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보도가 며칠 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피조물과의 친교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주교좌계산성당의 종을 교체하였습니다. 지난 8월 15일에 새로운 종탑 종 두 개와 30개의 음악 종을 축복하였고, 지난 토요일(9월 2일) 정오 삼종기도 시간에 타종식을 가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 다니던 공소에서 종을 쳐보고 난 후 처음 쳐본 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종을 달기 위해 종탑 종 두 개를 내렸습니다. 하나는 1900년에 프랑스 디종에서 제작된 종으로 1903년에 계산성당 축성 때 봉헌된 종이고, 또 하나는 1908년에 마르세유에서 제작된 종으로 1909년에 봉헌된 종입니다. 1903년에 봉헌되었던 종이 아오스딩과 젤마나 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오스딩은 서상돈 회장님의 세례명이고, 젤마나는 정규옥 바오로 회장님의 부인의 세례명입니다. 아마도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께서 계산성당 건립에 공로가 많은 두 분의 세례명으로 봉헌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사 시작 전에 성당 입구에 있는, 이 고성성당을 봉헌하신 김덕용 회장님의 현판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세례명이 바오로이니까 성 바오로 사도를 본당 주보로 모셨는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회 역사에 있어서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교회가 발전하고, 교회가 세상의 수많은 풍랑을 견뎌내며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2019년 11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범어성당 드망즈 홀에서 서상돈 아오스딩 회장님에 관한 연극을 올린 적이 있는데, 제목이 ‘깊은 데로 저어가라.’였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5,1-11)을 보면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제대로 고기를 잡으려면 예수님 말씀대로 깊은 데로 저어가서 그물을 던져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는 것이 세계를 구하는 일이라는, 그런 사명 의식을 가지고 주님의 복음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대답입니까! 시몬 베드로의 이 말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신이 누구보다도 호수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고기잡이를 수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자만할 수 있었지만,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순종합니다.
친교는 자신을 내려놓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을 내려놓아야 상대가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너무나 잘 안다고 하더라도 틀릴 수 있다는 것,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친교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동료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였더니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였습니다.
이것을 보고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너무나 크신 분이 자기 앞에 계시기 때문에 시몬 베드로는 자연적으로 그분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합니다. 대체로 자신을 버리지 못해 불협화음이 생기고 자신도 행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대로 우리는 버릴 것은 버리고, 깊은 데로 나아가 그물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