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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즉생의 정신으로 (매호성당 25주년 미사 강론)
   2023/09/26  10:33

매호성당 25주년 미사

 

2023. 09. 17.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먼저 매호본당 설립 25주년을 축하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지난 25년 동안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매호본당은 1998년 9월 3일에 설립되었습니다. 조립식으로 성당을 지어서 이 성전이 완공될 때까지 12년 동안 사용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1년 3월 6일에 김영우 마르코 신부님 사목 시절에 제가 와서 성전 봉헌 미사를 집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오늘은 매호본당 설립 25주년이라는 뜻깊은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의 세월 동안 받은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본당 발전과 지역 사회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역대 회장님들과 신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의 특이한 점이 무엇입니까? 순교자들이 많이 났다? 다른 나라에도 많은 순교자가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의 특이한 점은, 선교사에 의해서 복음이 전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스스로 찾아 공부하고 스스로 찾아 세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광암 이벽 선생을 중심으로 몇몇 실학자들이 모여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천주교 신앙 서적들을 연구하다가 마침 이승훈 선생이 중국으로 가는 동지사 사절의 일행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북경에 있는 천주교인들을 만나 천주교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책자도 얻어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승훈 선생은 중국 북경에서 몇 달을 머물면서 성당을 찾아가 그곳 신부님(예수회 그라몽 신부)과 필담으로 교리를 배워서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귀국하였습니다. 귀국한 이승훈 선생은 이벽에게 세례자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다른 학자들에게도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조선에 천주교가 탄생하였던 것입니다. 그것이 1784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나 1984년 5월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습니다.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며칠 동안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미사를 드리고 행사를 하셨는데, 그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5월 6일에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있었던 103위 순교복자들의 시성식이었습니다.

그때 시성 되신 103분의 순교 성인들을 기리는 날이 9월 20일입니다. 올해는 그날이 수요일이기 때문에 오늘 주일에 경축 이동하여 대축일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103분의 한국 순교 성인들을 기리며 그분들의 삶과 영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혜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103분 성인 명단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분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입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분이 누굽니까? 이윤일 요한 성인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은 병인박해 시절에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하셨고, 우리 교구 제2주보성인이지요. 103분 중에서 이윤일 요한 성인이 돌아가신 날이 제일 늦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 외는 순교하신 시기 순서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9, 23-2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 23-24)

우리 선조 순교자들이 바로 예수님의 이 말씀대로 사셨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란 말이 있는데 오늘 복음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비슷한 말입니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말입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때 결전을 앞두고 장병들에게 한 말로 유명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오늘날 정치인들이 자기 합리화나 당의 어떤 결의를 다지기 위해 자주 사용하기도 하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제가 무슨 날이었습니까? 9월 16일이었는데.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서울 한강변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날입니다. 그리고 어제 로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세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석상 축복식이 있었습니다.

영화 ‘탄생’을 보셨지요? 성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김 신부님의 일대기를 엮은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제작하신 사람이 남상원 회장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분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원래 불교 신자였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에 감명받고 몇 년 전에 신자가 되셨습니다. 남회장님의 대부가 김홍신 작가입니다. 소설 ‘인간시장’을 아시지요?

이 두 분이 지난 달에 대구에 올 일이 있다고 하여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제가 물었습니다. “영화 ‘탄생’을 만드느라 재정적으로 손실이 많이 난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그랬더니 “괜찮습니다. 이미 하느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다 채워주셨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분이 건설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오늘날 이 불경기에 어느 지역에 아파트 단지 하나를 완판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이분은 영화 ‘탄생’이 종교 영화이기 때문에 자기가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이하여 손실이 나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남상원 회장의 정신도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개인주의와 세속주의,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선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예비신자 모집을 위해 열심히 홍보를 하지만 몇 명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니던 사람도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쉬는 교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 순교 성인들처럼 우리도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성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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