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느헤미야처럼, 프란치스코처럼 (2대리구 2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
2023/10/10 9:20 |
2대리구 2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3. 10. 05. 범어성당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교의 해를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 실시하고 있는 이 행사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주교가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와 성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2대리구 2지역으로 주교좌범어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에 가톨릭교회 안에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단연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로마 바티칸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5년 12월 8일에 폐막하면서 교황청에 ‘세계 주교 시노드 사무국’이 개설되었습니다. 이것은 공의회에서 결의한 사항이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기구입니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인 것입니다.
어제부터 로마에서 이번 시노드의 본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29일까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번 시노드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의 특이한 점은 대의원 주교들만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본당과 교구와 나라와 대륙에서 시노드 주제에 대한 논의를 미리 가지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적인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인 셈입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가는 여정, 즉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오늘날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만남과 경청과 식별을 통하여 친교와 참여와 사명을 잘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 공동체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정신을 제대로 살아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의 교회를 이루기 위하여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가 무슨 날이었습니까?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어떤 분이신지 다 아시겠습니다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복음을 실제 자신의 삶으로 삶으로써 당시 12세기와 13세기의 중세 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이 살아계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분처럼 살기 위해서 모여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설립된 수도회가 오늘날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이고 ‘꼰벤뚜알’이며 ‘카푸친회’ 등입니다.
지금의 교황님께서도 10년 전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당신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당신의 회칙 이름도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노래’의 시작 부분을 따서 ‘찬미받으소서’라고 하였습니다. 교황님께서 ‘찬미 받으소서’ 제2탄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과의 친교, 이웃과의 친교, 그리고 피조물과의 친교를 가장 완벽하게 자신의 삶으로 실행하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0,1-12)은 열두 제자의 파견(루카 9,1-6)에 이어서 일흔두 명의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일흔두 명의 제자 파견 이야기는 루카복음에만 나옵니다만, 이것은 복음 선포가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이 미사 끝에 방수현 베드로 신부님의 선교사 파견예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방수현 신부님은 로마에서 유학하던 중에 선교사로서의 뜨거운 부르심을 받고 선교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미국 알래스카의 페어 뱅커스 교구로 파견되어 몇 년 동안 원주민 사목을 할 예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에 젊은 신부님들이 많은데 해외 선교를 좀 더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이미 여러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세계 곳곳에 나가서 선교하고 계시지만, 좀 더 많이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세계 곳곳에 사제가 필요하고 선교사가 필요한 데가 엄청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오늘날 신부님, 수녀님 되려는 젊은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몇 년 후가 되면 정말 우리나라도 심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소를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고, 성소는 남의 일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훈시를 하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3-4)
마르코 6,8-9에서는 예수님께서 지팡이와 신발을 허용하셨는데 여기서는 그것조차 금하십니다. 이것은 다른 데에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만 믿고 하느님만 의지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는 것은,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복음 선포에만 집중하라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그만큼 하느님 나라 선포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느헤미야기 8,1-12 말씀을 들었습니다. 성전 봉헌미사 때 자주 읽히게 되는 성경 구절입니다.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배에서 해방되어 고국에 돌아왔지만 성은 무너졌고 성전은 파괴되어 수십 년 동안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중심이 되어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예루살렘 성을 다시 쌓고 성전을 다시 건립하였습니다. 드디어 그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데,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우는 것입니다. 너무나 감동스러워서 울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 내용은 그런 백성들에게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오늘은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말라.’고 타이르고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느헤미야 리더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느헤미야가 어떻게 백성들의 신임을 얻고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는지, 그 지도력을 연구하고 분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느헤미야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우리 모두가 모델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회개한 후에 마음에 가장 먼저 들려왔던 하느님의 목소리는 ‘무너진 성 다미아노 성당을 다시 세워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성당 건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를 재건하라’는 것이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라’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친밀하고 순수한 관계로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더 나아가 이웃과의 관계와 피조물과의 관계까지 잘 살펴서 재건하고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