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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5대리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2024/07/08  15:54

5대리구 3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7. 04. 평화성당

 

우리 교구가 ‘친교의 ’해를 맞이하여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는데, 오늘은 제5대리구 3지역 차례로 이곳 김천 평화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 각자가 친교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함께 가야 합니다. 따로국밥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가 현재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지금 진행되는 시노드의 주제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고 친교적인 교회가 되지 않고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습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먼저 시노드적이고 친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 공동체가 시노드적인 공동체가 되고 친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런 ‘시노드’라든가, ‘친교의 해’라든가 하는 것이 한때 논의되었던 하나의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교회의 일상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체, 모든 공동체, 즉 하나의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친교를 잘 이루지 못하면 그 공동체는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 조류가 결혼도 잘 하지 않고 출산도 잘 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결혼한 부부도 이혼하는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위태로운 가정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로 간에 친교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교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부부도 그렇고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친교를 이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9,1-8)을 보면, 예수님께서 어느 고을에 들어가셨는데,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중풍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의 믿음을 보시고 고쳐주신 것이 아니라, 그 병자를 평상에 뉘어 데리고 온 사람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의 병을 고쳐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병자 본인의 믿음만이 아니라 병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기도와 믿음으로도 그 병자를 고쳐주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성가가 있습니다. 아시는 분 같이 한번 불러볼까요?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여러분을 위해 누군가 기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분의 부모님, 친지, 친구, 신부님과 수녀님들, 하늘의 성인들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대 9,2)

 

오늘날 많은 교우들이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킨다고 하면서도 믿음의 가치, 복음의 가치보다는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기준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주교님은 여당입니까? 야당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스도당입니다.’하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자꾸만 갈라놓으려고 합니다. 누구든 어떤 정치적인 색깔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것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여당과 야당 이전에 우리 믿는 사람들은 먼저 그리스도당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치가 우리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친교의 모델입니다. ‘친교의 해’ 기도문에도 나옵니다만,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신비를 잘 드러내십니다. 우리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따라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늘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