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잘츠부르크 청년 방문단 환영미사 강론) |
2024/07/25 13:9 |
잘츠부르크 대교구 청년 방문단 환영미사
2024. 07. 19. 내당성당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교구 청년들의, 대구대교구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과 대구대교구에 머무는 동안 안전하고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합니다.
여러분들이 어제 대구에 오셔서 툿찡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원의 영성관에서 주무셨는데, 오늘부터 이틀 동안은 홈스테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홈스테이할 수 있도록 초청해 주신 여러 교우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하는 내당성당은 1962년에 준본당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당시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의 초청으로 우리 교구에 파견되어 계시던 잘츠부르크 대교구의 ‘루디 크라네비터(R. Kranewitter. 서기호)’ 신부님이 내당 준본당의 첫 주임을 맡으셨습니다.
루디 신부님은 이곳에 좋은 성당을 짓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오가면서 건축기금을 모금하였습니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와 잘츠부르크 대교구의 융사 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건축가인 ‘오토카 울(Ottokar Uhl)’에게 설계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1966년에 완공하여 봉헌된 성당이 이 내당성당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성당은 기존의 익숙한 성당 모양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입니다. 성당 외부부터 다릅니다. 보통 성당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높은 종탑이나 뾰족탑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하늘에서 보면 성당 모양이 평평한 지붕 위에 커다란 십자가 세 개가 올려져 있는 형태입니다.
성당 내부도 제대가 성당 중앙에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제대를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둘러서서 미사를 드립니다. 이것은 설계자인 오토카 울 교수님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담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성당을 지을 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막 끝나갈 즈음이었는데, 울 교수님이 그 당시 이런 형태의 성당을 설계했다는 것은 참으로 새롭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88년에 성당 내부를 수리하면서 보통 성당 모양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30여 년을 사용하다가 다행하게도 2년 전에 이 성당을 원래의 성당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공사를 하여 지난 6월 8일에 성당 봉헌미사를 드렸습니다.
잘츠부르크 대교구와 대구대교구 사이에 가장 두드러지고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이 내당성당에서 잘츠부르크 대교구 청년 방문단 환영미사를 드리게 되어 참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엠마 프라이징거 여사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이 자리에 오시지는 못했습니다만 엠마 여사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엠마 씨는 오스트리아 티롤 출신의 간호사이신데 루디 신부님의 주선과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의 초청으로 1961년 4월에 우리 교구에 오셔서 한평생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셨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셔서 툿찡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엠마 씨께서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잘츠부르크 대교구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965년에 제2타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하였는데, 잘츠부르크 대교구는 공의회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자체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노드 결과 세계교회와 교류를 증진하고 어려운 나라의 교회를 돕기 위한 위원회(DKWE)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한 교구와 자매결연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 대구대교구였고, 아프리카는 콩고의 보쿤구 교구이고, 남미에서는 볼리비아의 성이냐시오 교구였습니다. 그래서 1968년에 잘츠부르크 대교구는 이 세 교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지금까지 교류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주교가 된 후 잘츠부르크 대교구를 세 번 방문하였습니다. 2008년에 제가 대구의 보좌주교로서 자매결연 40주년 행사를 위해 방문했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제가 로마에서 당시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으로부터 팔리움을 받았는데, 당시 고트가서 대주님께서 저를 초대하여 잘츠부르크의 주교좌 대성당에서 축하 미사를 봉헌하도록 하셨습니다. 고트가서 대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초에 재유럽 대구대교구 사제 모임을 잘츠부르크에서 개최하였습니다. Franz Lackner 대주교님께서는 우리들을 ‘St, Virgil 피정 센터’에 머물게 하시며 많은 편의와 도움을 주셨습니다. 대주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영육으로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2005년 독일 쾰른에서 있었던 세계청년대회 참가로 시작된 양 교구 간의 청년들의 교류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7년에는 대한민국과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개최될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는 많은 청년들의 교류와 삶의 모범이 교회를 넘어 혼란한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12,1-8)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는 구약성경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십니다. 이 세상에 참으로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이며 사랑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살고 전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강복이 있기를 빌며 성모님의 보호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