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로 함께하며 (2대리구 4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
2024/08/12 10:32 |
2대리구 4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8. 01. 백천성당
우리 교구가 ‘친교의 ’해를 맞이하여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는데, 오늘은 제2대리구 4지역 차례로 이곳 경산 백천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 각자가 친교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지역장이며 백천본당 주임이신 정재성 신부님께서 제가 백천본당을 방문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오래된 것에 놀랐습니다만, 참으로 백천본당 교우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주교가 신부님들과 자주 만나고 더 나아가 신자들과도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이 친교인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함께 가야 합니다.
사실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체, 모든 공동체, 즉 하나의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친교를 잘 이루지 못하면 그 공동체는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무너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친교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부부도 그렇고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친교를 이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평일미사에서 계속 마태오 복음 13장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13장 말씀은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들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밀과 가라지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 밭에 묻혀있는 보물의 비유 등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13,47-53)은 그 비유 말씀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이고 가리는 그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어부들은 고기가 든 그물을 배에서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에 던져 버립니다.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옛날 바닷가 포구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사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늘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왔습니다. 그런데 그 하늘나라는 세상 종말에 완성되기 때문에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물에는 온갖 종류의 고기가 있는 것이고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벼와 피가 함께 자라며, 선과 악이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교회 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당에 같이 다녀도 누가 진짜 밀이고 가라지인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종말에, 하늘나라가 완성될 때 다 가려질 것입니다. 그 판단과 심판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몸소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힘들더라도 지금은 함께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판단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하거나 심판하고 단죄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은, 예수님 말씀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와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친교의 모델입니다. ‘친교의 해’ 기도문에도 나옵니다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신비를 잘 드러내십니다. 우리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따라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늘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