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루카 5,4) (3대리구 4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강론) |
2024/09/06 15:39 |
3대리구 4지역 친교의 해 지역방문 미사
2024. 09. 05. 현풍성당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모토로 10년 장기사목계획을 세워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말씀의 해를 2년 동안 살았고 두 번째로 친교의 해를 작년부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가 ‘친교의 ’해를 맞이하여 주교가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는데, 오늘은 제3대리구 4지역 차례로 이곳 현풍성당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친교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 각자가 친교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미사 전에 신부님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본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시는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미사와 성시간 후에는 총회장님들과의 간담회가 있을 것입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하느님의 백성이고 공동체이기 때문에 친교를 이루지 않는 교회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가톨릭교회는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시노드’란 말은 ‘함께 길을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말처럼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함께 가야 합니다.
사실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단체, 모든 공동체, 즉 하나의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친교를 잘 이루지 못하면 그 공동체는 잘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무너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친교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신뢰하고 경청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5,1-11)을 보면, 예수님께서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치시다가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4)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듣고 시몬이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5)
얼마나 놀라운 대답입니까! 시몬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어부입니다. 예수님의 원래의 직업은 목수였을 것입니다. 목수보다 어부가 고기잡이에 대해서 더 많이 알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는 어부 중에서도 베테랑이기 때문에 어디에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는 그곳에 고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스승님의 말씀이니까 그물을 내리겠다는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이 모습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1코린 3,18-23)는 인간의 지식과 세상의 지혜의 어리석음과 허황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지식이나 능력에 의지하기보다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몬이 그물을 끌어 올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인 것입니다.
5년 전에 서상돈 아우구스티노 회장님에 대한 연극을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연극 제목이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서상돈 회장님은 주님의 말씀대로 깊은 데로 나아갔기 때문에 대구에서 제일 가는 갑부가 되었고 당시 계산성당을 짓고 교구청이 설립될 때 큰 희사를 하셨던 것입니다.
서상돈 회장님은 부친이 일찍 돌아가시고 삼촌 두 사람도 순교하는, 참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었지만 신앙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주님 말씀대로 깊은 데로 저어 갔기 때문에 큰 돈을 벌었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그래서 1907년 2월 21일에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하시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더 큰 축복을 주시는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는 자기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많은 고기가 잡히는 것을 보고는 예수님 앞에 엎드리고 맙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8)
시몬 베드로는 자신 앞에 서 계시는 어떤 분이신지를 직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은 예수님을 따를 자격도 없는 죄인일 뿐이라고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사실 모두가 죄인입니다. 그래서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은 그 사람을 주님께서는 다시 일으켜주시는 것입니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 자신이 부르심을 받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야 부르심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잘난 지식이나 세상의 지혜가 아니라 자신을 부르시는 분의 지혜와 힘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 이런 마음가짐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이웃과 친교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친교의 사람이 되고, 우리 교회가 친교의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