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역사의 소중함 (가실성당 성전 봉헌 100주년 기념미사 강론) |
2024/10/02 14:55 |
가실성당 역사전시실 축복식 및 성전 봉헌 100주년 기념미사
2024. 09. 29. 연중 제26주일
오늘 무엇보다 가실본당 성전 봉헌 10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가실본당은 189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1894년에 입국하여 신나무골에 계시면서 조선의 말과 풍습을 배우던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파이야스 가밀로(하경조) 신부님께서 가실로 오셔서 사목을 시작함으로써 가실본당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에서는 두 번째 본당이고, 올해로 129주년이 되었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까 1995년 10월 1일에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께서 이곳에 오셔서 가실본당 100주년 기념미사를 드렸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구본당은 신나무골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로베르 신부님께서 1885년 12월에 뮈텔 주교님으로부터 경상도 전교의 명을 받고 연화리 신나무골에 정착함으로써 본당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로베르 신부님이 한 4년 후에 대구 새방골로 가시고 후임으로 보두네 신부님께서 신나무골에 오셨다가 한 2년 후에 전주로 가셔서 전동성당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조조 신부님이 신나무골에 오셨다가 부산으로 가서 부산본당을 설립하셨습니다.
그 후 한 4년가량 신나무골 사제관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파이야스 가밀로 신부님이 입국하여 신나무골에 잠시 계시다가 이곳 가실에 오셔서 정착함으로써 가실본당이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아름다운 성당을 건립하신 분은 제5대 주임이신 투르뇌 빅토르(여동선) 신부님이십니다. 빅토르 신부님은 가실에서 30여 년을 사목하셨습니다. 1923년에 신 로마네스크 양식의 현 성당을 완공하여 1924년 9월 28일에 드망즈 주교님과 당시 주일본(한국 겸임) 교황 대사님의 공동 집전으로 봉헌되었다고 합니다. ‘가실’이란 말이 ‘아름다운 집’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가실이란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성당을 봉헌한 지 100주년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본당 발전과 지역 사회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신부님들과 수도자들과 회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1952년부터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왜관에 정착함으로써 칠곡, 성주, 구미, 김천 등지가 왜관감목대리구가 되었다가 1984년에 다시 교구로 환원되었습니다. 지금도 몇 군데는 수도회 신부님들이 사목하고 계십니다만, 오랜 세월 동안 경상북도 서북부 지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풍성하게 자랄 수 있게 하였던 그 모든 헌신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미사 전에 역사전시실을 축복하였습니다. 역사 자료를 정리하고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드망즈 주교님께서 대구에 오셔서 가장 먼저 지은 집이 주교관이었습니다. 1911년 6월에 대구의 초대 주교로 부임하셔서 주교관이 없었기 때문에 계산성당 옆의 한옥집에서 사셨습니다. 대구에 부임하신 지 2년 만인 1913년에 서상돈 회장님이 기증한 남산동 땅에 주교관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교관이 1964년 12월에 원인 모를 화재로 2층과 3층을 태우는 바람에 1968년에 현재의 교구청 건물이 들어선 것입니다.
그때 화재로 3층에 있던 문서고까지 타버렸습니다. 요즘 같으면 컴퓨터에 저장하고 또 백업까지 해놓지만 그 당시는 문서가 타버리면 없어지는 것입니다.
한 20여 년 전에 이문희 대주교님 계실 때 교구 100년사를 준비하면서 드망즈 주교님의 공문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교구에는 공문들이 타버렸고 해서 본당들에게 알아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잘 보관하고 있던 곳이 바로 가실성당이었습니다. 그 당시 현익현 신부님께서 그 자료를 다 주셔서 그것을 이종흥 몬시뇰이 번역하여 ‘안세화 주교 공문집’을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교구 100년사’를 집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실본당과 현익현 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6년에 경상북도와 칠곡군의 도움을 받아 ‘한티 가는 길’이 개설되었습니다. 가실성당에서 출발하여 한티순교성지까지 가는 45.6Km의 순례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고,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나서 신자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고 합니다.
어제는 경주 진목정성지에서 교구 도보순례를 했습니다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살았던 성지와 성당들을 자주 방문하고 기도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이 하고 주님의 은총 가득히 받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250만 명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하여 이 사람들이 없으면 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이주민이 들어오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이들을 우리는 형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르코 9,38-48)을 보면 예수님께서 죄는 단호히 끊어버리고 사람을 포용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분들은 주님의 계명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러면서 양반, 상민, 천민 할 것 없이 같이 함께 모이고 같이 공소예절과 미사를 드렸던 것입니다.
우리도 오늘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온갖 거짓과 사기와 고소 고발과 폭력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살면서 참으로 주님의 말씀대로, 성령의 이끄심대로 살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