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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의 마지막 햇빛이라면...(앵그리스트 맨)
   2014/10/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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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의 마지막 햇빛이라면...

  십자가를 안테나로!
  추분이 지나고 해가 짧아진 것은 좀 아쉽지만 그대신 햇빛이 방안까지 길게 들어와 설거지를 할 때 전등을 켤 필요가 없어 전기세(월 평균 9,000원 ^^*)를 아낄 수 있어 좋습니다. 근데 이 좋은 가을 햇빛을 바라보다 갑자기 작년 이맘 때 저의 모친이 계시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한분이 생각났습니다. 그분은 안동출신이신지? 제가 요양원 방에 들어서면 구수한 사투리로 “왔니껴?”하고 반갑게 맞이해주던 분이었지요. 그런데 하루는 저에게 건너편 병원유리창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햇빛이 커튼 틈새로 들어와 눈이 부시다고 하소연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대한 커튼을 조작해도 그 틈새를 막을 수가 없어서 요양원 관리를 하시는 수사님께 적당한 차양막을 설치해달라고 부탁을 했었지요. 근데 그 다음날 그 할머니가 안 계셔서 저는 다른 방으로 옯겼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날 점심 때 방문한 딸이 요양보호사 몰래 주고 간 떡을 드시다 돌아가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할머니가 힘들어하셨던 그 전날의 햇빛이 그분 생의 마지막 햇빛이 된 것 같습니다.

  최근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추락사건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 소식을 접하다보면 우리도 얼마든지 그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또 제가 위에서 언급한 할머니처럼 지금 나를 비추고 있는 햇빛이 내 생의 마지막 햇빛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고 민요셉 신부님의 ‘30분후, 내가 죽는다면?’을 묵상한 글과 ‘생의 마지막 90분을 위해 가족, 이웃들과 힘겹게 화해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앵그리스트 맨‘(주: 로빈 윌리암스의 유작임)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하느님의 하루를 만드는 일 / 민요셉신부>

  인간이 지상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두 개의 확실한 단언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다가올 미래는 현재의 활동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과거가 될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는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인간은 유한하고 그 유한성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죽음을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의 죽는 때를 알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한다든가 혹은 갑작스럽게 착한 일을 한 후 죽으면 으레 사람들은 "죽으려고 그랬구나" 하든지 아니면 "그래, 죽을 준비를 하였구나" 하고 얘기하는 것을 듣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어른께서는 그동안의 밀린 교무금을 내시고, 당시 귀하던 합본성서를 구입하시어 첫장인 창세기 제1장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장인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한자 한자 정성들여 읽으시면서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작다고 생각하셨는지 굵고 큼직하게 다시 하나하나 기록하셨습니다. 어른께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족은 그 성서를 가보로 삼아 가족이 모여 공동으로 기도를 바칠 때마다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리 평범한 보통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알 게 모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30분후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달라는 야단스러운 청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것이 무슨 유언장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30분이라는 시간이 많이도 지나갔습니다. 그런 연후 가만 하루 일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여 뒤보고 세면하고 조배하니 30분, 미사 드리니 30분, 아침기도하니 30분, 묵상하니 30분, 아침식사하니 30분 … 이렇게 나열하다보니 30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짧은 하나의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가 형제들에게 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을 쳐야 하니까 그러면 30분이 지나게 되어 아뿔싸 그 종소리, 내가 치는 그 종소리가 바로 나의 임종을 알리는 소리가 되는구나 생각하니 왠지 야릇한 감이 듭니다.

  30분 후 내가 죽는다면 지금 이 시간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앙드레 지이드는 「배덕자」에서 미셀의 입을 통하여 이렇게 외쳤습니다 :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다오. 어디서 그것을 찾아야 좋을지 나도 알 수 없다." 그런 연후 세상을 떠나기 조금 전에 "나로 하여금 살아 있도록 남겨진 이 잠깐의 시간을 무엇에 소비하여야 할지 이제는 모르겠다" 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마지막 30분을 무엇에 쓸 것인가?

  예전에 ‘10년 후의 자화상’ 이니 ‘3분 후에 죽는다면’ 이라는 물음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막상 ‘30분 후에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청탁에 대하여 글로 표현하려 하니 그저 막연하기만 하였습니다. 30분을 무수히 지나 보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30분이라는 시간, 아니 시간이라는 이름을 비록 인간이 지었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평범한 생각이 들게 되었고 운명의 장난같이 30분에 30분을 계속하여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어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이 원고를 청탁하신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의 삶은 매순간 순간마다의 시간을 바로 한없이 죽고 한없이 부활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 듯이 스치고 지나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30분 후에 죽는 것이 아니라 매 30분의 시간을 어떻게 죽고 어떻게 부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라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들었던 ‘3년 고개’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 번 넘어지면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3년 고개, 한 번 넘어지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 그에게는 일회적인 삶이 운명적으로 여겨졌으나 곧 한 번, 두 번, 세 번 넘어짐으로써 3년, 또 3년 그리고 다시 3년을 계속하여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 우리의 삶을 좌우하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기에 그 분이 인간이 되시어 살았던 삶을 나도 이제 이번 기회를 통하여 새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3년 고개’의 이야기처럼 30분에 30분을 계속하여 수난과 부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기에 다음의 글을 소개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30분을 살리라 굳게 마음을 다집니다. '하느님의 하루를 만드는 것'에 나의 30분을 바쳐야겠다고 말입니다.

  샤를르 빼기 (C. Peguy)는 잔느 다르끄의 벗 ‘오뷔엣’으로 하여금 「잔느 다르끄의 사랑의 신비극」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게 합니다 :
  만약 내가 집에서 털실을 짜고 있든지, 노는 시간에 나무꾼 놀이를 하고 있을 적에 누가 와서 '오뷔엣아, 오뷔엣아, 심판이다. 최후의 심판 때가 왔다. 이제 30분만 지나면 천사가 나팔을 불기 시작하는 거야' 라고 일러 준다하더라도 나는 계속 털실을 짜겠고, 나무꾼 놀이를 계속할 테야요. 왜냐구요? 사람이 즐겁게 노는 것은 하느님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조그만 소녀의 놀이, 조그마한 소녀의 천진성을 하느님은 기뻐하실거야. 어린이의 천진성은 하느님의 가장 큰 기쁨이니까. 사람이 하루 중에 하는 것은 아무거나 다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예요. 물론 좋은 일만. 아무거나 다 하느님의 것 아무거나 다 하느님에게 관계가 있어요. 하느님은 우리들이 하는 짓은 아무거나 다 보고 계세요. 하루가 온통 하느님의 것. 기도도 모두 하느님의 것. 일도 모두 하느님의 것. 노는 시간이면 놀이도 모두 하느님의 것이어요. 나는 작은 소녀지만 하느님이 무섭지 않아요. 왜냐하면 하느님은 내 아빠인걸. 내 아빠는 나를 무섭게 하지 않아요.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아침의 삼종기도와 저녁의 삼종기도, 하루 세 끼 밥과 네 시의 간식, 식사 때의 의욕과 식사 전 기도, 식사와 식사 사이에 하는 일, 필요한 때에 노는 놀이와, 할 수 있을 때에 즐기는 즐거움,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하루가 시작되니까 기도를 하고, 잠들 때에는 하루가 끝나고 밤이 시작되니까 기도를 한답니다. 먼저 소원을 드리고, 후에 감사해요. 그리고 언제나 활달하게 지내죠. 우리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상기 언급된 것 모두를 위해, 이 같은 일 하나 하나를 하기 위하여’ 일거예요. '하느님의 하루를 만드는 것' 은 이런 일 모두를 위함입니다.

  라틴어에 'hic et nunc'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지금 바로 여기에' 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창세기에 나오는 다음 말씀을 기억할 것입니다 :
  야곱은 돌을 하나 주워 베개 삼고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그는 꿈에 땅에서 하늘에 닿는 층계가 있고 그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참말 야훼께서 여기 계셨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 문이로구나" 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외쳤다 (창세 28, 10-22).

  나의 30분을 하느님의 하루를 만드는 일에 바치려면 나는 틀림없이 하느님 보시기에 마음에 드는 좋은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정신으로 야곱의 사다리를 마냥 끝없이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즐겨 사다리를 내리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추악한 것에 대하여 욕망이 격한 나머지 생각에서 감각으로, 감각에서 물질로, 물질에서 더러움 속으로 내리구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마지막 30분의 시간을 쥬벨이 말한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려 합니다. 그러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밝아질 것입니다. "말이 생각(思考)을 닮으면 닮을수록, 생각이 영혼을 닮으면 닮을수록, 영혼이 하느님을 닮으면 닮을수록 그 모든 것은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나의 30분을 말이 생각을 닮도록, 생각이 영혼을 닮도록 그리고 영혼이 하느님을 닮도록 끊임없이 수난의 고통과 부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내가 받았던 물음을 물어보겠습니다.

 “30분 후에 당신이 죽는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출처: 성모의 기사지, 119호, 1986. 11월호)



                                  <영화 ‘앵그리스트 맨>

  미국 뉴욕시에 살고 있으며 조울증을 앓고 있는 중년남성인 ‘헨리’(로빈 윌리엄스 분)는 세상 만사가 온통 싫은 것 투성이, 그리고 일상이 분노로 가득 찬 한마디로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그런데 어느 날 본래 주치의 대신 진료를 들어온 ‘섀런 길’(밀라 쿠니스 분)은 ‘헨리’의 분노와 도발적인 언행에 화가 나 ‘그의 인생이 9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인생을 통보한다. 그러자 분노하던 ‘헨리’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남은 90분간 새로운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동료의 조언에 따라 마지막 90분을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큰 아들이 사고로 죽은 뒤 심술과 괴팍함으로 집안 분위기를 흐트러트리는 ‘헨리’의 얼토당토않은 화해신청을 받아 줄 리 없는 그의 아내, 거기에 자신의 꿈을 인정하지 않는 ‘헨리’와의 갈등으로 대립 중인 둘째 아들은 연락조차 피하고 만다.

  한편,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섀런’은 ‘헨리’의 주변인들과 함께 그를 찾기 위해 브루클린 거리로 나서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소중한 사람들과 잃어 버린 시간들을 ‘헨리’는 다시 찾아나선다...

                                    <말씀에 접지하기; 1테살 5, 16-18>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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