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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감대 ⇔ 사회적 태만(연중 제3주일)
   2016/01/23  8:55

 

공감대 사회적 태만(연중 제3주일)

 

루카복음 4,14-21

 

 

중국 오호십육국시대五胡十六國時代의 동진東晉의 정치가 환온(317-373)이 촉 땅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싣고 삼협을 지나갔다. 그때 부하 중 한 사람이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붙잡았다. 어미 원숭이는 강을 따라오면서 애달프게 울어댔다. 백여 리나 쫓아오던 어미는 배가 강가로 다가오자 훌쩍 뛰어 배 안으로 들어와 서는 그만 기절해 죽고 말았다. 그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겨 있었단다. 창자가 녹아내린 것이다. 환온은 이 소식을 듣고 부하를 잡아 매질을 한 뒤 내쫓아버렸다. 이와 비슷한 실화가 조선 명종 때 문인이요 학자인 어숙권魚淑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도 나온다. 어숙권이 서해안 옥곡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일을 전한다. 집주인 홍준이 꾀꼬리 어미와 새끼를 얻어와 서로 보지 못하게 따로 갈라놓고 길렀다. 어느 날 그 새끼를 어미의 조롱 속에 넣어주었더니 어미 꾀꼬리가 반기다 못해 소리를 지르고 쓰러져 죽었다.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열여덟 토막이나 나있었다고 했다. 새끼 사랑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애를 끊은 단장斷腸으로 드러난 것이다. 단장이라는 말은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큰 고통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아픈 모습에 무조건 마음이 아프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무조건 함께 기뻐하게 되는 힘을 공감능력이라 한다. 이 능력은 사람답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랑이 많고 어질고 인자하며 착하다. 서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곧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곧 늘 기쁘게 살고 행복한 사람이요 구원받은 사람이다. 이와 반대로, 평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하는 마음이나 감정이입이 부족한 사람들을 몰인정한 인간, 냉혹한 인간, 방관자라고 비난한다. 방관자란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가난한 이들, 빚 때문에 투옥되거나 죄의 지배를 받거나 악마에 사로잡힌 사람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의 슬픔과 고통과 불행을 공감하고 그들을 구원해 주셨다. 그들의 가련한 처지를 당신의 처지로 여기고 그들 대신에,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잔인한 죽음인 십자가 죽음을 당하셨다. 죄인인 우리가 범죄 때문에 온갖 불행과 실패와 배신과 부정부패와 폭력의 희생이 되는 것을 보고 단장의 고통을 당하셨던 것이다. 천주성자로 승천하신 뒤에는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을 구원하려고 구세주이신 당신을 만나 뵙는 방법으로서 당신을 가련하고 굶주리고 병고에 신음하는 이들과 동일시 하셨다. 이처럼 공감능력이 비할 데 없으시다.

 

예수님은 한없이 자애로운 당신을 닮으라고 우리를 당신 제자로 부르셨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우리가 공감능력이 뛰어난지, 보통인지, 부족한지 성찰해봐야 하겠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곳은 가정이다. 가정은 이해관계가 각 가족에게 가장 부합하는 모임이다. 각자의 행불행이 온 가족의 행불행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의 공감능력이 자녀들에게 대물림된다. 다른 말로, 자비와 관용과 배려는 가정에서 배운다는 것이다.

 

영국의 감기약 제조회사에서 조사 대상 여자들의 절반 정도가 감기에 걸려 누운 남편에게

 

5분 정도만 동정심을 느낀다.”

 

고 대답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나머지 절반의 여자들은 냉정하게

 

하루 종일 집에 들어 앉아 있을 테니 여간 성가시지 않겠네.”

 

빨리 낫지 않고 뭐하는 거야.”

 

하고 대답했단다. 이와 반대로, 남자들은 3분의 2 이상이 감기로 앓아누운 아내를 보며

 

아휴, 불쌍해서 마음이 아프네. 저녁과 청소는 내가 대신 해주어야겠다.”

 

하고 자상하게 배려한다고 대답했단다(김경미, 행복한 심리학, 037).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조사를 했다면 단연 아내의 공감능력이 남편보다 훨씬 더 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몸져누우면

 

그러게 평소에 건강에 신경 좀 쓰라니까 말을 안 듣더니. 얼른 가서 약 사다 먹어.”

 

하고 섭섭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굶주리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공감의식을 가지고 온정을 베푸는 이들이 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 지하철을 탄 취객이 여성을 희롱하는 것도 무관심하거나 재미있어 하는 방관자들 때문일 것이다.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 방관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악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방관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직장이나 성당에서도 역할 분담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지 모르겠다. 교무금을 내지 않는 신자들이 많다. 그들은 자기가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열심한 신자들이 알아서 성당을 끌고 가겠지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그들은 성당운영을 위한 공동책임의식이 없는 자들이다. 그런데도 뒤에서 불평은 맡아 놓고 하는 자들이다.

 

1963313일 늦은 밤 미국 뉴욕의 퀸즈에서 캐서린 제노비스라는20대 후반의 여성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괴한이 습격하여 죽였다. 아파트가 많은 거리에서 35분 동안 세 번이나 흉기에 찔리며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데도 아파트 주민 가운데 38명은 그녀를 창밖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더욱이 그들 38명 가운데 한 사람만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범인이 키티를 살해한 뒤였다. 범인은 이렇게 진술했다고 한다.

 

불빛이 켜졌지만 왠지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올 것 같지는 않았어요.”

 

,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심리학자인 존 달리와 빕 라타네는 이것은 목격자수가 많았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 도와줄 거다.”

 

하고 생각하는 방관자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사람을 돕데 있어서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겠지만,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이를 목격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이 낮아진다. 나 아니더라도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괜히 나섰다가 일만 커지거나 내가 해를 입을까 겁이 나서 모른 척 해야지 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강대국 정치인들이 공습과 최첨단 살상무기와 자살 폭력으로 세계평화를 파괴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상자들과 난민들을 양산하지만 평화와 전쟁난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는 이들이 많으면 하느님이 평화를 주실 것이다. 그러나 연약한 내가 평화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무관심하면 평화는 영영 사라지고 이 세상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생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단테가 쓴 신곡에 보면,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키는 자들을 위해 예약 되어있다고 했다. 국가의 중요한 문제, 국민의 공동선과 법치주의를 세우는 일에 있어서 당리당략이나 득실을 따져 침묵으로 버티는 정치인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더 나쁜 방관자요 죄악이 승리하도록 돕는 인간들이다. 이를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 한다.

 

공감능력은 내 마음의 한 부분을 이웃에게 주는 것이다. 공감능력의 본보기를 보여주시는 예수님을 닮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들이 가장 행복한 이들이다. 인류의 비극은 한낱 미물인 원숭이나 꾀꼬리 같은 짐승도 공감력이 있어서 단장의 고통을 겪어 죽어가며 제 새끼를 사랑하거늘, 만물의 영장이요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약자들과 병자들을 위해 공감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데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마음의 존재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석가모니)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박영식, 말씀의 등불 다해. 주일 복음 묵상?해설(다해). 가톨릭출판사(으뜸사랑)

              2012(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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