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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맛있는 밥 한 숟가락을 떠먹이며 "너를 믿는다"고 하고 가신 어머니(부활제3주일)
   2016/04/09  9:53

맛있는 밥 한 숟가락을 떠먹이며

너를 믿는다.”고 하고 가신 어머니(부활 제3주일)

 

 

 

 

요한복음 21,1-14

 

 

사람의 행복은 식사에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 크나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먹는 것을 즐기지 못하면 기쁘게 살기 어렵다. 또한 많은 비열한 행동은 시장한 배를 채우기 위해 저질러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식사하는 것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좀처럼 없다.”(S. 존슨)

 

먹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종류의 향락이나 유용함도 별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다.”(C.W. 엘리어트)

 

사람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는 것은 사랑을 교환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다. 갓난아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먼저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표현하게 되는 것도 다름 아닌 어머니의 젖을 통해서다. 어머니와 자식의 사랑이 젖줄로 맺어지듯이,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식사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교환된다는 것은 단순한 억설이 아니다.

 

어머니는 마지막 밥 한 그릇을 자식에게 지어주시지 못해 아쉬워 못내 눈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을 떠나셨다. “몸이 실해야 슬픔을 이겨낸다.”고 하시며 밥을 지어주시는 어머니,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떠먹이며 너를 믿는다.”고 하시던 어머니가 가셨다.그러나 어머니는 지금도 내 마음속에 살아계신다. 나는 힘든 일이나 기쁜 일이 있으면 어머니의 밥을 기억하여 슬픔을 이기고 기쁨을 갑절로 늘인다.

 

이처럼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원동력은 식사나 차를 같이 하는 것과 같은 물질적인 에너지와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 같은 정신적 에너지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우정을 더욱 깊이 한다. 서로 미워하던 두 친구가 화해하는 뜻으로 술상을 차려 놓고서 잃어버렸던 우정을 다시 찾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창조한다.

 

식사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마음을 열고 왕래하는 사랑의 통로다. “사실 사람이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목욕탕에 들어갈 때보다도 한층 적나라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먹고 있는 순간만은 체면도 권위도 교양도 있을 수 없다. 음식을 씹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만인이 평등하다.인간은 식사를 같이함으로써 상호간의 장벽을 헐고 공동의 광장으로 나서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어령, 흙속에 저 바람 속에. 147-14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녀들에게 밥을 맛있게 지어 배불리 먹이고 싶어 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아침상을 마련해 먹이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이 시키시는 대로 기적적으로 많은 물고기를 잡고 뭍에 내려왔다. 뭍에는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으며, 빵도 있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방금 잡은 물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게 하여 아침상을 마련해주셨다. 예수님은 당신이 직접 빵과 물고기를 잡수시지는 않아도 아침상을 마련하여 제자들과 친교를 나누셨다. 살아 계실 때 빵을 많이 만들어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은 부활하신 뒤에도 그들을 먹여 살리시는 주님으로 임하셨다. 최후만찬 때에도 그리 하신 예수님은 부활하신 뒤에도 제자들에게 발현하셔서 빵과 물고기를 주셨다. 이는 그들과 지상에서 함께 사신 것을 부활하신 후에도 계속하신다는 뜻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회식은 그들이 예수와 함께 사는 방법이다. 미사는 죄인인 우리를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결합시키는 예절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55-56)

 

우리 대신에 속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마음속에 임하여 우리를 구원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신다.

 

영성체로 예수님과 하나 된 사람은 제2예수 그리스도가 되어 이웃에게 필요한 양식과 영적인 음식을 베푼다. 성체는 우리를 먹이고 키우는 천상 음식이다. 예수님은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사랑의 봉사를 하고 복음을 선포하라고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신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조언과 충고와 격려와 사랑으로 이웃을 건설하는 사람이 예수님을 닮고 하느님의 생명을 전한다. 사랑에서 나온 말은 실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병자에게 건강을, 죽어가는 사람에게 생명을 만들어준다. 사랑과 격려가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다 자기를 이해하고 힘을 실어줄 사람이 그리운 법이다. 한 마디 말로라도 좌절과 실망과 고통 속에 있는 이웃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독서나 복음을 미리 읽고 묵상하여 영성체를 제대로 준비하자. 성당에 오는 길에 예수님을 반갑게 만나 뵐 생각으로 마음이 설레는 사람이 되자.

 

이 세상에는 밥 한 그릇 없어 굶어 죽는 사람보다 자그마한 사랑 하나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마더 데레사)

 

사람은 밥이 없어 굶주리는 것처럼, 자기실현의 부족 때문에도 굶주린다.”(R.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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