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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복자님, 순교하신 가족들과 함께 우리를 위해 주소서.
   2014/09/20  14:15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복자님,

순교하신 가족들과 함께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진주목사晉州牧使 정재원은 아들 약현을 낳은 아내(조선 천주교회를 창설한 주역인 성 이 벽의 누나)가 죽자 해남 윤 씨를 둘째 아내로 맞았다. 윤 씨 부인은 윤선도, 윤두서의 후손으로 명문 출신이었다. 윤 씨 부인은 딸 하나(이승훈 베드로의 부인)와 약전, 약종, 약용 천재 아들 셋을 낳았다. 이 세 아들의 외사촌 형 윤지충 바오로 복자가 지난 816일 시복되셨다. 정약종도 그와 함께 시복되셨다. 막내 약용이 겨우 아홉 살 때 윤 씨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

정 약종 복자는 대 실학자 이익의 성리학을 공부했다. 1784년 한양 수표교 부근 이벽 세례자 요한의 집에서 첫 세례식이 거행될 때 약전과 약용이 그 자리에 있었다. 약종은 형제들이 천주교를 믿는 것을 보고 잘못된 교리라고 여겨 배척했다. 약종은 삶의 근본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시험에 필요한 문예 공부를 멀리하고 도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기가 추구해온 철학 진리가 그 교리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형 약전에게 교리를 배워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지 2년 뒤 1786년에 매형 이 승훈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고 가족들에게 천주교 믿음을 가르쳤다.

복자 약종은 같은 남인 집안인 이수정의 딸과 결혼했으나 사별하고 유조이체칠리아와 재혼했다. 나머지 형제들도 남인 계열 집안과 인척관계를 맺었다. 성 이벽은 약종의 배다른 형인 정약현의 처남이다. 약현의 딸 명연(다른 이름 난주’, 삼촌 약종에게 교리를 배워 고모부 이 승훈에게 세례받음)16살에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여 진사가 된 황사영 알렉시오의 아내가 되었다. 황사영이 1801년 신유박해 상황과 그 대응책을 기록한 백서帛書를 북경 A.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려 하다가 발각되어 순교하자 그의 숙부는 경흥으로, 어머니는 거제도로, 아내 정마리아는 제주도로, 집안의 모든 노비들도 산지사방으로 유배 갔다. 정마리아는 관비로 유배 가면서 포졸들을 매수하여 추자도의 갈대밭에 두 살 된 젖먹이 경한을 버리고 갔다. 오 씨라는 노인 어부의 부인이 경한을 발견해서 길렀다. 마리아는 제주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충실히 했다. 경한의 후손들이 지금 추자도에서 살고 있다.

복자 정약종의 형제들은 교리를 연구하다가 발각되어 박해를 받고, 전라도 진산(오늘 '금산')에 사는 외사촌 복자 윤지충 바오로가 조상제사를 저버린 죄로 1791년 전주 전동 성당 터에서 첫 순교자가 되자 천주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약전과 약용은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의 길로 갔다. 약종은 벼슬과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고향 마제를 떠났다. 그의 형과 아우만이 마재 강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근심어린 눈으로 약종을 배웅했단다. 마재 강 건너 양근 분원으로 이사 온 약종은 주로 하층민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교리를 가르쳤다. 황사영은 그 유명한 백서에서 약종에 대해 이렇게 썼다. “세상일에는 도무지 관여하지 않고, 특히 철학과 도덕 공부를 좋아했다. 그는 몸이 아프거나 배가 고프거나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고, 교리 중 하 부분이라도 모호하면 식욕을 잃고 잠잘 생각도 잊는 채 그침 없이 탐구하여 그것을 끝까지 밝혀내고야 말았다. 말 위에 있든 배 위에 있든 깊이 묵상하기를 그치지 않고, 무지한 이들을 보면 가르치는 데에 온 정성을 다 기울였는데...”

복자 약종은 1794년부터 한양에 자주 올라와 교회 지도층 신자들과 자주 접촉했다. 그 당시는 교황청의 조상제사 금지 조치로 양반층 신자들이 천주교에 등을 돌리고 양반특권을 포기한 이들이나 중인 이하 신분층 인물들이 교회를 이끌고 간 때였다. 그러나 약종은 동요하지 않고 믿음에 정진했다. 1795(정조 19) 이승훈과 함께 청나라 복자 주문모 신부를 맞아들였다. 주 신부는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를 조직한 뒤 정약종을 초대 회장에 임명했다. 명도회 집회장소는 한양 약현에 있는 조카 성 황사영의 집을 중심으로 한양 안에 6곳으로 늘었다. 그래서 육회六會라고도 불렸다. 복자 약종은 최초 조선천주교 회장으로서 초기 한국교회에 크게 기여했다. 저서로는 한자를 모르는 신도를 위해 우리말로 쓴 교리서 주교요지主敎要旨’ 2권을 썼고 복자 주문모 신부의 인가를 얻어 교우들에게 보급했다.

정약용 일가를 두둔하던 학자 군주 정조대왕도 1800년 음력 6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열 한 살인 어린 순조가 왕위에 오르고 영조의 계비 정순 대비가 수렴청정하면서 정권을 잡자 정 씨 일가는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집권한 노론이 정조 때 성장한 남인을 제거할 목적으로 정조대왕이 죽은 이듬해 1801년에 신유박해辛酉迫害를 일으켰다. 노론은 남인 중에 천주교 신자가 있음을 알고 전국적으로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약종은 머슴 임대인을 시켜 포천에서 사는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복자(약종의 아들 철상가롤로의 장인)집에 숨겨두었던 자기 책 농짝을 한양 황사영의 집으로 옮기게 했는데 발각이 났다(책롱冊籠 사건). 이 농짝에서 천주교 서적들과 성물, 주문모 신부 서한, 황사영 서한, 정씨 형제 서한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노론 벽파는 이 증거들을 들이대며 남인의 친서계를 체포했다.

복자 정약종도 1801년 음력 211일에 체포되어 상급재판소인 의금부로 압송되었다. 체포 이튿날부터 그는 혹독한 형벌 속에서도 교우들에게 해가 되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로지 천주교 교리가 올바르다는 것만을 설명했다. “천주님을 높이 받들고 섬기는 일은 옳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주는 천지의 긑 임금이시요, 큰 아버지이십니다. 천주를 섬기는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이는 천지의 죄인이며,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같습니다.” 복자 약종은 사형수가 타는 수레에 올라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우리를 비웃지 마시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천주를 위해 죽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오. 최후심판 때에 우리의 울음은 진정한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고, 당신들의 즐거운 웃음은 진정한 고통으로 변할 것이오.” 그가 형장인 서소문 밖에 도착하자 곧 참수형이 시작되었다. 복자 정약종은 땅을 내려다보고 죽는 것보다, 하늘을 쳐다보며 죽는 것이 낫다.” 하고 체포된지 15일 만에 18014841살에 참수되었다.

철상은 아버지가 체포되자 감옥 근처에 머무르며 옥바라지를 하다가 아버지의 순교일에 체포되어 한 달 뒤 순교했다. 복자 약종의 아내 유조이체칠리아, 둘째 아들 하상바오로, 딸 정혜엘리사벳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해서 1984년 성인이 되었다.

아버지와 형이 순교했을 때 성 정하상의 나이가 만 6살이었다. 큰 삼촌 정약전과 작은 삼촌 정약용은 유배 가고 사촌 매형 황사영은 백서 사건으로 충북 제천 배론으로 피신했다가 능지처참되어 온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다. 성 정하상은 1823년부터 꺼져가는 등불처럼 되어 가고 있는 조선 천주교회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상재상서를 써서 기해박해의 주동자인 우의정 이지연에게 천주교 교리의 정당성을 알리고 종교자유를 청원하기도 했다. 성 정하상은 1834년 중국인 유방제 신부, 1836년에는 나 베드로 모방 신부를 비밀리에 자기 집에 모시게 되었다. 정하상은 모방 신부의 지시에 따라 김대건 성인을 사제로 만들기 위해 마카오로 유학 보냈다. 범 라우렌시오 앵베르 주교는 성 정하상에게 속성 신학교육을 받고 사제로 만들려고 했으나 이듬해 기해박해 때 그가 순교함으로써 성사되지 못했다.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가족 순교자 여러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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