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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가정과 우리나라에서 판을 치는 악마를 내쫒자(연중 제4주일)
   2015/01/31  10:38

우리 가정과 우리나라에서 판을 치는 악마를 내쫓자

(연중 제4주일)

마르코복음 1,21-28

 

20071월 어느 날 모스크바 북동쪽에 위치한 관광지 야로슬라블에서 기념품을 파는 바추리나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에게는 막노동을 하는 남편과 요리사인 큰 아들, 군인인 둘째 아들, 초등학교 6학년생, 세 아들이 있다.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날마다 일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내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가리지 않고 날마다 애견을 데리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20071월 어느 날 애견이 산책을 나왔다가 바추리나씨를 향해 짖었다. 왜 그러는가 싶어 그 쪽으로 가보니 애견이 큰 가방 하나를 발견하고 짖고 있었던 것이다.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많은 명함들이 들어있었다. 또 가방 안에는 또 다른 작은 가방 하나가 더 있었다. 그 안에는 현금 30만유로, 36천만 원이나 되는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 거액은 러시아에서 77년 치 월급에 해당했다. 바추리나씨의 머리 속에는

이제 날품팔이를 하지 않고 평생 넉넉하게 살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에는 난감한 생각도 들었다.

이 거액을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걱정하고 울고불고 하겠는가?”

바추리나씨는 전직 경찰관인 이웃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이웃은

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했다.

바추리나씨는 즉시 전화기를 들고 명함들에 적힌 전화번호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돈 잃어버리지 않으셨나요?” “아닌데요.” 이런 대화가 몇 번 오간 뒤 드디어 어떤 사람이 당황하는 목소리로

제가 야로슬라블에서 돈 가방을 잃어버렸는데요.”라고 말했다. 바추리나씨는 그럼 이곳 야로슬라블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생업이 있어서 모스크바로 가긴 힘이 듭니다.” 하고 약속장소를 정했다.

3시간 쯤 지나자 자기와 통화한 가방 주인의 비서가 찾아왔다. 바추리나씨는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건네주었다. 이 비서는 가방 주인의 지시를 받았는지 바추리나씨에게 15천유로, 1,800만원을 사례금으로 제시했다. 이 사례금은 러시아에서 대충 4년 치 월급이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한 마디로 거절했다. 그 비서는 한사코 이 사례금을 바추리나씨의 손에 쥐어주었다. 바추리나씨는 몇 번이나 거절하다가 그 비서가 돈을 받지 않자,

그럼 좋아요. 이 돈의 딱 10분의 1을 루블로 주세요.”

단돈 1500루블, 55500원을 받겠다고 했다. 그 비서는 가방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한 뒤 555백 원을 건네주었다. 바추리나씨가 이 돈을 받겠다고 한 이유를 나중에 이렇게 설명했단다.

그렇게 큰 돈 36천만 원은 내게 필요 없지요. 그 많은 돈은 내와 내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어요. 제가 직접 벌어야 보람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어요. 555백 원은 큰 아들과 남편에게 셔츠를 하나씩 사주려고 받은 거예요. 이 돈을 안 받는다고 했으면 그 비서분이 가지 않을 것 같기도 했구요.”

주위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오이 두라!”(‘이런 바보 같은 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그 돈이면 평생을 안락하게 살 수 있는데 왜 돌려 주냐?”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바추리나씨를 칭찬했다. 바로 기념품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처녀가

저는 언니의 행동이 옳았다고 믿어요.”라고 했단다.

바추리나씨는 남편과 큰 아들의 셔츠를 사고 남은 돈으로 개 사료를 사서 돈 가방을 발견한 애견에게 줬다. 바추리나씨의 사연이 방송을 타고 모스크바로 보도되자, 러시아 시청자들이 감동했다. 사실 빈부격차가 워낙 큰 러시아에서 36천만 원이나 되는 거액은 구경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이 자기들 생각으로는 돈 주인을 찾아 돌려주기에는 더더욱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 지금도 제 행동이 썩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가방을 주웠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바추리나씨는 수줍게 웃는다.

바추리나씨는 물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사례금으로 자기 옷을 사기는커녕 남편과 아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와 반대로 그 거액을 돌려준 것을 애석하게, 아깝게, 바보짓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물욕에 매여 사는 자들이다. 그들은 돈 주인이 애통한 마음으로 슬피 우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눈물로 제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주의자들이다.

 

새는 가는 실에 묶여도 날지 못한다.”(십자가의 성 요한)

 

우리는 무엇엔가, 어디엔가, 누구에겐가에 매여 산다. 병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자유에는 심각한 한계가 있다. 우리는 늘 어딘가에 갇혀 있고, 무엇인가에 씌어 있다. 우리는 물욕, 제각기 다른 사고방식, 가치관, 인생관, 버릇과 성격, 자기만의 문화적 배경, 한정된 인생체험과 지식, 선입견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처신한다. 우리는 이러한 틀 안에 갇혀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우리 각자 안에는 내적 힘, 억압관념, 고정관념, 열등의식 들이 있어서 우리의 본심과는 다르게 말하고 처신하곤 한다. 우리가 제 기준에 따라 살면 그 기준에 매여 노예가 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온갖 선입견과 강박관념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이다.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우리를 사로잡거나 묶는 힘을 악마라 한다.

바오로 사도도 인간의 자유에는 심각한 한계가 있다고 가르쳤다.

나는 내가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오히려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하기 때문입니다.”(로마 7,19)

 

우리는 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선 대신에 악을 저지르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가 놓여 있는 이러한 처지를 원죄라 한다. 원죄는 이기심에 빠지게 하는 충동이다. 원죄는 우리 각자가 하느님께 반항하는 방향으로 자유의지를 행사하는 데서 드러난다(로마 7,15-20). 인간의 자아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려고 하지만 그 사람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악을 저지르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악마 때문에 우리가 선택한 것을 행할 자유를 자주 상실하고 만다. 그래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스스로 자기 묘혈을 파는 결정을 하고 만다. 이따금 우리가 자신을 해치는 적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자유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세례로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아 원죄를 용서받기 전에는 선을 행하기를 원하면서도 악을 저지르고 말아 내적 갈등을 겪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한 인간성을 잃어버려 죄를 짓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우리는 온갖 선입견과 강박관념과 이기적 욕망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살기 어렵다고 느낀다. 예수님은 악마의 힘을 분쇄함으로써 죄악과 죽음으로 점철되는 인간세계를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계로 변화시키기 시작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처신하면 악마의 지배와 원죄에서 해방되고 온전한 인간성을 갖춘다. 자기를 기만하거나 내적인 갈등을 겪지 않고 언행일치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하여 최선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온전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생명을 누린다.

 

오늘 우리 마음속에, 우리 가정과 공동체와 나라에 어떠한 악마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가? 악마는 우리가 지닌 성격상 결함, 열등의식, 이기심을 이용하여 우리를 쉽게 사로잡는다. 나를 얽어매는 것은 현세생활에 대한 집착, 자존심, 남을 깔보는 근성, 기회주의, 별것 아닌 말이나 무관심으로 쉽게 상처를 입는 마음, 자기를 과시하려고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경향, 자기 뜻을 따르지 않는 이웃을 욕하는 악습, 게으름 들이 아닐까? 오늘 전 인류를 괴롭히는 악마는 인류형제애, 공동선, 진리, 법이라는 하느님의 뜻과 이웃의 권익보다 물욕과 이기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충동질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온갖 불행과 빈부격차와 테러와 전쟁이 자행되고 있다.

 

악마를 내쫓으시는 예수님을 충실히 믿고 따르는 사람은 바추리나씨처럼 이기심과 물욕에서 자유롭게 되어 남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지 않고 남의 권익을 살려주고 남을 행복하게 하는 힘을 받는다.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면 예수님이 이 그들을 사랑과 행복과 기쁨을 전하는 사도로 만들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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